"공원묘지 돌보느라 설 연휴 꼬박 비상근무…성묘 못 가요"

입력 2017-01-27 08:12  

"공원묘지 돌보느라 설 연휴 꼬박 비상근무…성묘 못 가요"

청주시 공원묘지 관리직 김희랑씨 설 앞두고 한파 속 구슬땀

(청주=연합뉴스) 이승민 기자 = "장사 시설에서 묘 관리를 하는 것이 일이지만, 명절에 정작 제 가족과 성묘는 못 갑니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6일 청주시 시설관리공단 장사시설팀 김희랑(39) 주임은 양손에 목장갑을 낀 채 목련공원 곳곳을 쉴새 없이 움직였다.




평소에는 사무실 내근 업무를 주로 보지만, 이날은 연중 최고 방문객이 찾는 설을 맞아 공원묘지 진입로마다 쌓인 눈을 빗자루로 쓸었다.

김 주임은 이날 직원 4명과 함께 설 연휴 성묘객이 한꺼번에 몰리는 것에 대비해 봉안당 건물 3곳마다 옥외 제례단 3∼4개를 추가 설치했다. 영하권 한파에도 그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김 주임이 일하는 목련공원은 납골당 5만여기, 분묘 6천300여기를 수용하는 충북 최대 공원묘지다.

설과 추석 연휴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10만명이 넘는 성묘객이 몰린다.

이번 설 연휴 나흘 동안 김 주임을 비롯한 직원 23명은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비상근무 체제를 유지한다.

납골당 3곳과 158만1천712㎡ 규모 묘지 곳곳에서 발생하는 불편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뛰어다니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지났는지 모른다고 김 주임은 전했다.

연휴 기간 가장 많은 민원이 생기는 분야는 교통·주차 분야다.

매년 목련공원 진입로인 산성로와 목련로는 3㎞ 떨어진 곳까지 차량 정체가 이어져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김 주임은 "이번에는 설 전날 눈 예보가 있어 차량 정체가 예년보다 더 심할 것 같다"면서 "이른 새벽부터 직원들이 교대로 제설 작업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설 전날인 27일 새벽 중부 지방에 3㎝의 눈이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경찰은 설 당일 이 공원에만 교통경찰과 의경 64명을 투입하는 등 연휴 기간 성묘객 대상 교통 관리에 나선다.




김 주임은 큰 탈 없이 귀성객들이 성묘를 마치고 돌아갈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직원들과 함께 지난 추석 연간 300여개 달하는 연고가 없는 유골을 모아 올린 합동 제례도 뿌듯한 기억으로 꼽았다.

그는 올해 설 연휴가 끝난 뒤 가족과 함께 청주에서 성묘할 계획이다.

김 주임은 "설에 성묘를 가지 못해 조상에게 죄송한 마음뿐"이라면서도 "일터에서 시민들이 편안하게 성묘하는 모습을 보면, 마치 내 가족을 위해 일했다는 기분이 들고 보람을 느낀다"며 밝게 웃었다.

logo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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