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수사' 靑행정관 출석놓고 특검-청와대 신경전 조짐(종합2보)

입력 2017-01-26 17:41   수정 2017-01-26 17:43

'블랙리스트 수사' 靑행정관 출석놓고 특검-청와대 신경전 조짐(종합2보)

특검 "이유 없이 소환 불응"…허현준 행정관 "일방적 소환 통보"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이보배 기자 =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청와대 행정관의 소환 조사를 추진했으나 행정관이 불응했다.

박 대통령을 겨냥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는 특검과 '과잉 수사'를 한다고 보는 청와대 측이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허현준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의 소환 조사에 관한 질문에 "원래 허현준 행정관은 문화계 지원 배제 명단(블랙리스트)과 관련해 (오늘) 조사하기로 했는데 출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검은 이날 오후 2시에 허 행정관이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할 것이라고 공지했고 이는 언론에 보도됐으나 허 행정관은 예정 시각을 훌쩍 넘겼는데도 출석하지 않았다.

이 특검보는 "(허 행정관이 특검 측과) 전화 통화를 하며 못 오겠다고 한 것 같다"고 부연했다. 허 행정관은 특별한 불출석 사유를 제시하지도 않았다는 게 특검 측의 설명이다.

특검은 24일 허 행정관에게 '25일 오전 10시에 출석하라'고 통보했으나 허 행정관이 어렵다고 하자 이날 오전 10시 출석을 요구했고 이를 다시 거부하자 오후 2시 출석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허 행정관은 "특검은 소환 일정을 합의하지도 않고 일정을 알리지도 않은 채 언론에 기습적으로 공표했다"며 "이것은 특검의 참고인에 대한 기본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검의 참고인 소환 조사에 응할 것"이라면서도 "특검은 참고인 신분인 본인과 소환 일정에 합의한 이후 관련 사항을 집행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허 행정관의 소환 조사를 놓고 논란이 빚어진 것은 특검의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에 대한 청와대의 불편한 심기를 반영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25일 인터넷 팟캐스트인 '정규재 TV'와의 인터뷰에서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모르는 일"이라고 답했고,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혐의로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구속한 데 대해 "그게 무슨 뇌물죄도 아닌데 구속까지 한다는 것은 개인적 생각으로는 너무 과했다고 보고 있다"며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바 있다.

특검은 21일 블랙리스트 의혹의 정점에 있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장관을 구속하고 막바지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혐의를 부인해온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은 구속 이후에도 진술 태도에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현준 행정관이 속한 청와대 정무수석실 산하 국민소통비서관실은 블랙리스트를 만든 장소로 의심되는 곳이다.

허 행정관은 2015년 한국자유총연맹을 비롯한 보수단체들이 국정교과서 지지 집회를 열도록 사주하고 박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에 자유총연맹 회원들을 동원했다는 의혹도 있다. 그가 자유총연맹 관계자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에 이런 정황이 담긴 게 드러나기도 했다.

허 행정관은 작년에는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을 부추겨 '관제 시위'를 하도록 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돼 조사를 받았다.

ljglor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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