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경조 경위·이청호 경사 애도, 세월호 가슴 아파"
(진도=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바다에 나가면 날씨가 좋은 날이 잘 없어요. 안타까운 사고도 많고. 파도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슬픈 악보를 연주하는 것 같죠."
강성희 진도경찰서장은 36년의 경찰 생활(해경 33년·육경 3년) 중 18년 이상을 바다 위에서 보냈다.
그는 최근 정년을 앞두고 바다와 육지에서 근무하며 느낀 애환들을 담은 첫 시집을 발간했다.
2008년 중국어선을 나포하다 순직한 고 박경조 경위 흉상에 새긴 헌시인 '바다에 묻은 영혼'을 제목으로 삼았다.
그는 시 속에서 바다 한가운데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를 '슬픈 악보 연주'와 같다고 빗댔다.
파도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바다 위에서 희생된 동료들과 미처 전부 구해낼 수 없었던 안타까운 사고들이 떠오른다.
마치 그리스신화에서 어부들을 유혹해 죽음으로 이끄는 요정 세이렌의 노래처럼.
그렇게 파도가 부서질 때마다 서러움이 밀려든다.
강 서장은 '은비늘이 순은처럼 빛나는 바다 속에 / 그대들 젊은 꿈을 송두리째 바친 이곳 / 조국은 기억하리라, 뜨거운 이 눈물을'이라고 표현하며 가슴아픈 동료의 희생을 기렸다.
1981년 해경에 입문한 강 서장은 인천과 함께 가장 힘든 곳으로 꼽히는 목포와 제주 해역에서 주로 근무했다.
강 서장은 "바다를 지키다 보면 목숨까지 담보해야 하는 상황이 많다"고 회고했다.
지금은 7박 8일 출동 형태로 바뀌었지만 당시 가장 큰 배였던 1001함을 비롯한 1천t 이상 함정에 타면 꼬박 14박 15일을 바다 위에서 보내야 했다.
조난선을 구조하다가 해경 함정이 넘어질 뻔한 위기도 많았다.
강 서장은 "바다에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늘 하며 일했다. 불법 외국어선 선원들이 흉기를 휘두르거나 어선들이 떼를 지어 공격할 때면 아슬아슬했다"며 "무엇보다 가급적 상대방을 안 다치게 나포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어 어려웠다"고 떠올렸다.
고인이 된 박경조 경위에 대한 추억도 언급했다.
박경조 경위와 함께 목포해경에 근무했던 강 서장은 "키가 훤칠하고 마음씨가 좋았던 후배였다"며 "함정 근무를 하고 싶어 하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강 서장은 박 경위의 흉상 건립을 추진하던 2012년 초, 박 경위와 고 이청호 경사의 명복을 빌며 시를 썼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안타까움도 전했다.
당시 제주지방해양경찰청 정보수사과장으로 재직 중이던 강 서장은 "현장에 있지는 않았지만 304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참사에 해경으로서, 국민으로서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강 서장은 "바다는 인력으로 안 되는 부분이 많다. 배가 넘어져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는 아비규환 속에서 일부러 구조를 소홀히 했을 것으로 생각하진 않는다. 그런데도 너무 많은 희생이 있었다"고 말을 이었다.
현재 진도에 근무 중인 강 서장은 "미수습자 가족들이 아직 바람 부는 팽목항에 남아있다. 개펄에 더 묻히기 전에 인양해야 하는데 시기가 자꾸 늦어져 안타깝다"고 밝혔다.
그는 후배들에게 "해경은 바다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 주 임무다. 당연한 말이지만 어떤 순간에서든 인명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임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한 "앞으로 해경 내부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해양 전문 지식을 갖춘 인재를 많이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re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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