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1등 감자' 생산에 뛰어든 젊은 농업인 박영민

입력 2017-01-27 07:30  

[사람들] '1등 감자' 생산에 뛰어든 젊은 농업인 박영민

20대에 농업벤처기업 '록야' 창업해 연 매출 60억 달성

젊은 농업인 모임 '그로어스' 만들어 시너지 극대화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주영선 인턴기자 = "젊은 청년들이 '농업도 이렇게 할 수 있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20대에 농업 관련 창업을 해 어느덧 사업 7년 차에 접어든 '젊지만 노련한 사업가' 박영민(34) 대표의 바람이다.

박 씨는 대학에서 농업 분야를 전공했다. 졸업 후 농업 관련 회사에 취업해 해외에서 씨감자 생산기술을 전파하는 일을 했다.

하고 싶은 일이었지만 임금체불 문제로 직장생활을 더 이어가기가 어려웠다.

비록 직장생활은 순탄치 않았지만, 농업의 가능성을 발견한 그는 창업을 결심했다.

귀국하자마자 대학 동기였던 권민수(34) 씨와 2011년 당시 28세의 나이로 춘천에서 감자전문 기업 '록야'(綠野)를 만들었다.

대학 시절 창업동아리를 함께 했던 두 사람은 평소 농업의 고질적인 문제인 농산물 판로 개척에 관심이 많았고, '감자'를 단일 작목으로 직접 재배하고 유통까지 책임지는 기업을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이들을 쳐다보는 '아버지뻘'되는 기존 농업인들 눈초리는 매서웠다. 관공서에서도 홀대받기 일쑤였다.

"농업 분야는 다른 분야와 달리 커뮤니티도 없고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지도 몰랐습니다. 어리다고 다들 상대도 안 해주니 고민이 많았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다면 과연 선택할 수 있을까요"

박 씨와 권 씨는 당장의 이익을 포기하고, 뙤약볕에서 농민들과 함께 굵은 땀방울을 쏟았다. 하나둘씩 마음을 얻기 시작하면서 사업에도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제주도부터 고랭지까지 전국팔도 우수산지를 선정해 계약 재배를 하고 꾸준히 농가에 방문해 노하우를 알렸다.

그렇게 감자 종자 재배로 시작한 회사는 농심과 아워홈, 신세계푸드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유통까지 책임지는 감자전문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농번기가 지나면 쉴 법도 하지만 전국 각지 농업인들에게 재차 방문해 '좋은 감자 생산법' 강연을 하느라 1년 내내 숨 돌릴 틈이 없다.

'그래도 10년은 해보자'는 마음으로 매달린 회사는 창업 5년 만에 연 매출 63억원을 달성했고 올해는 1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에는 '꼬마감자'만 열리게 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흔히 조림용 감자로 알고 있는 꼬마감자는 꾸준하게 수요가 늘지만, 큰 감자 위주로 재배하는 국내 시장에서 공급이 뒷받침되지 못한 것이 특징이다.

큰 감자 사이에서 어쩌다가 나오는 작은 품종을 모아 판매하기 때문에 품질이 낮고 크기가 불규칙하다.

이에 이들은 1년에 벼농사 시기에만 사용하는 벼 육묘장을 이용한 꼬마감자 생산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로 2015 농수산식품 창업 콘테스트에서 대통령상도 받았다.

바쁜 와중에도 박 씨는 지난해 9월 젊은 농업인들의 모임 '그로어스'(Grower's)를 만들었다.

농업 시장에 처음 뛰어들었을 당시 느꼈던 젊은 농업인들의 설 자리와 소통 부족 문제가 내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디자인, 마케팅 등에는 참신하고 창의적인 모임이 많은데 '왜 농업계는 없을까'라는 고민을 항상 가지고 있었습니다. 가만히 있다 보니 소통이 더 어려워지는 것 같아 직접 만들었습니다."

카페에서 직원들과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하며 시작된 모임은 SNS와 입소문을 통해 40∼50명까지 늘어났다.

그로어스는 '키우는 사람들'과 '함께 성장하자'는 뜻대로 농업을 좋아하는 40세 이하의 젊은 사람들이 모여 시너지를 만들어가고 있다.




농업인뿐만 아니라 디자인과 유통업계 등 분야도 다양하고 사는 곳도 서울부터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다르지만, 농업에 대한 관심은 같다.

이들은 한 달에 한 번씩 주로 원주에서 모여 농사 이슈를 공유하고 농·산업 전문가들을 초청해 재능기부 강연을 듣는다.

강연비는 '구성원들이 직접 재배한 이달의 농산물'이다. 소박하지만 정성이 듬뿍 담겨있다.

모임에는 각자 구상하는 사업을 이야기하고, 서로 질의·응답하고 조언해주는 시간도 있다.

박 씨는 "여기서 시너지 효과가 일어난다"고 말한다.

분야가 다양한 만큼 공동사업을 제안하기도 하고, 조언을 통해 용기를 얻고 실제 창업한 사례도 있다.

박 씨의 바람은 그로어스가 앞으로도 뜻이 변치 않는 모임이 되고, 청년들이 농업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는 "맹목적으로 좋은 직장,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직장이 아닌 직업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선행돼야 한다"며 "단순히 전원생활 로망으로 농업에 덜컥 뛰어들지 말고, 심도 있는 이해와 각오를 하고 도전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conany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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