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에 비공식 대안 계정 열고 기후변화 정보 등 제공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반(反)과학적 신념에 입각한 지시로 시민들과의 소통이 막히자 이에 반발하는 미국 정부기관 직원들이 조직적 저항에 나섰다.
26일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매체들에 따르면, 환경청(EPA)을 비롯한 10여 개 미국 정부 산하 기관의 직원들이 잇따라 비공식 트위터 계정을 열고 기후변화를 비롯한 과학, 보건의료 관련 정보들을 시민들에게 제공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취임 이후 정부 기관들에 보도자료 제공은 물론 소식지 발송과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한 글과 정보, 사진을 올리는 행위 등을 일체 중단하라고 지시한 것에 항거하기 위해서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가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 이론은 '사기'라며 기후협정 탈퇴를 공언하는 등 그동안 표출해온 반과학적 신념을 행동에 옮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4일 EPA 등 여러 기관이 관련 홍보 업무를 중단했으며 이미 홈페이지에 올라 있던 게시글과 정보까지 내리는 소동을 벌인 바 있다.
결국 각 기관 직원들이 이런 억압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별도의 트위터 계정을 열어 시민과의 소통 재개와 정보 제공에 나선 것이다.
이들 트윗 계정 이름엔 대체로 기존 기관명이 포함돼 있고 '대안'(ALTernative), '저항'(RESistance), '불량한'(rogue) 등의 단어가 추가되고 기관 로고 등도 포함돼 트럼프 정책에 저항하는 대안적 사이트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항공우주국(NASA) 직원들의 대안 계정 @rogueNASA는 "NASA의 공식계정이 아니라 NASA 내부의 비공식 '저항'팀'이 과학과 기후 관련 진짜 뉴스, 진짜 사실들을 공급한다"며 구독을 권고했다.
EPA 직원들이 만든 계정 @ungaggedEPA는 팔로워들에게 "EPA가 말할 수 없는, 검열이 해제된(ungagged) 뉴스·링크·대화 등을 제공한다"며 "(공식계정인) @EPA와는 직접적 관계가 없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한 국립공원관리국(NPS) 직원은 대안 계정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를 향해 "우리의 공식 트위터 계정을 빼앗을 순 있지만 우리의 자유로운 시간은 결코 빼앗을 수 없다"고 일갈했다.
@AltUSNatParkservice라는 대안 계정은 개설하자마자 기후변화와 관련된 자료들을 쏟아내면서 인기를 끌어 25일 정오에 이미 팔로워가 50만명에 달했다.
이런 대안 계정 외에 국립공원 관련 공식 트위터 계정들도 사우스다코타 주에 있는 배들랜즈국립공원 측의 수모를 앙갚음이라도 하듯 기후변화 관련 과학 정보들을 쏟아내고 있다.
앞서 배들랜즈국립공원 측은 트럼프 취임 이후에도 공식 트위터 계정에서 보란듯이 기후변화를 보여주는 통계 자료를 올렸다가 지시를 받고 몇 시간 만에 삭제하기도 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주 골든게이트 국립공원 계정은 25일 "2016년은 3년 연속 최악의 더위를 기록했다"며 독자들에게 NASA와 국립해양대기청(NOAA) 기후변화 보고서를 소개했다.
또 일부 국립공원 계정들도 미국산 붉은 삼목 숲이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를 가장 잘 제거할 수 있다는 글을 올리거나 대기 중 탄산가스 농도에 대한 과학적 분석자료를 정확히 인용해 소개하는 등 '저항활동'에 나서고 있다.
choib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