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 이혼 위기로 번질 수 있어…"대화 반드시 필요"
(대구=연합뉴스) 한무선 기자 = 병원에서 일하는 백모(46·여)씨는 설이 오기 일주일 전부터 몸살이 나는 듯 온몸이 아프고 가슴이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설 연휴에 멀리 떨어진 시댁에서 제사 준비하랴, 손님상 치르랴 이리저리 분주히 움직이며 잠시도 못 쉴 생각을 하니 일찌감치 부담감이 밀려온다.
그는 "매번 명절이 지나고 나면 큰 숙제를 해낸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은 온 가족이 모처럼 한데 모이는 즐거운 자리지만 그만큼 스트레스도 적지 않다.
주부가 특히 그렇지만 요즘에는 '명절 증후군'을 호소하는 남편, 젊은 사람도 늘고 있다.
명절 증후군은 과도한 가사 부담, 스트레스 등으로 가슴이 답답하고 마음이 불안하며 잠을 설치는 등 신체적인 장애를 겪는 것을 말한다.
이를 겪는 사람은 명절이 지나면 며칠 동안 몸살을 앓기도 한다.
김대현 계명대 동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모든 사람이 과음, 과식, 장기간 운전으로 신체 피로, 불규칙한 수면, 오랜만에 친지를 만나 생기는 심리적인 스트레스 등으로 명절 증후군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취업 준비생, 귀향·귀경길 장거리 운전자, 친지들 압박을 받는 결혼 적령기 남녀 등 명절을 부담스럽게 느끼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고 전했다.
또 "명절에도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노년층은 더욱 외로워하고, 오랜만에 가족을 만나더라도 명절 후 또다시 홀로 남아야 한다는 생각에 상실감을 호소하기도 한다"고 했다.
이어 "연휴 기간 불규칙한 생활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생체 리듬 유지기관 적응력이 떨어져 나중에 피로하고 일에 집중하기 어렵다"며 "또 피로가 쌓이면 기온 변화 속에서 감기에 잘 걸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명절 증후군을 극복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스트레스 자체를 줄이는 일이다.
그는 그러한 방법으로 보건복지부가 제안한 '스트레스(STRESS) 운동'을 권장했다.
'Smile(웃으면서 즐기세요)'과 'Together(온 가족 모두 함께하세요), 'Respect(서로 존중하세요), 'Event(가족끼리 이벤트를 만드세요), 'Speak(고마움을 표현하세요), 'Slowly(천천히 안전운전하세요)'의 앞글자를 딴 것으로 온 가족이 모여 웃으며 즐기는 명절을 만들자는 취지라고 한다.
의사, 상담사 등 전문가 의견을 종합하면 무엇보다 가족 사이에 따뜻한 배려가 중요하다.
본인이 명절 연휴에 받는 심리적 스트레스 못지않게 다른 가족, 친지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는지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가족 간 실수가 있으면 원인을 분석해 재발을 막고, 불화가 생기면 묻어두지 말고 마음을 열어 개선하고자 해야 한다.
주부는 잠시라도 휴식을 자주 취해 피로를 줄이는 게 좋다. 가사노동을 분담하거나 일할 때 함께 흥미 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연휴 기간 불규칙한 생활이 피로를 가중하므로 스트레칭, 산책 등 가벼운 운동을 하거나 규칙적으로 잠자고 일어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러고도 스트레스를 겪으면 가능한 한 빨리 풀고 일상으로 복귀하고자 마음을 먹는 것이 좋다.
신체 피로는 휴식, 운동, 취미·문화생활 등으로 비교적 쉽게 해소할 수 있다.
하지만 부부 갈등, 고부 갈등 등으로 가정 위기를 맞게 되면 사정이 심각하다.
대구여성폭력통합상담소의 한 관계자는 "명절 전부터 부부 갈등이 있어 이혼을 고민하는 사람이나, 명절을 지내는 과정에서 서로 다퉈 상담소를 찾는 이가 있다"며 "전자는 이혼할 때가 많지만, 후자는 당사자 노력으로 많이 극복한다"고 말했다.
그는 "명절에는 가족, 친지가 여러 명 모이다 보니 오해할만한 일이 생기고 부부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며 "감정적인 요인이 크기 때문에 상대방 입장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하면 어렵지 않게 해소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대구중구건강가정지원센터의 한 상담사는 "시댁과 생활문화 차이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속병을 앓는 주부가 적지 않다"며 "명절 때마다 같은 고민을 되풀이하지 말고, 남편 등과 대화로 풀려고 노력하거나 전문가와 상담해 조언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고 권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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