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장이 말하는 세뱃돈 풍습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설날이 다가오면 어른들은 적당한 세뱃돈 액수를 고민하고, 아이들은 얼마나 많은 세뱃돈을 손에 쥘지 기대한다.
조선시대에는 정초가 되면 집의 여종을 시켜서 친척을 찾아가 세배를 하게 시켰다. 세배를 받은 사람은 답례의 의미로 떡국과 술을 내놓았는데, 세배를 한 사람이 어린아이면 술을 줄 수 없어서 과일이나 약간의 돈을 주기도 했다. 이 돈이 바로 세뱃돈이다.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장은 2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세뱃돈을 받으면 복주머니에 넣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며 "세뱃돈은 복이 찾아오기 바라는 '복돈'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어서 액수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1970∼1980년대 한국 경제가 급속히 발전하면서 음식을 대접하는 문화가 사라지고 세뱃돈이 일반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아이들에게 세뱃돈의 경제적 가치보다는 민속적 의미를 알려주면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 관장은 세배하며 주고받는 덕담도 과거와 현재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나 '부자 되세요' 같은 말을 많이 하지만, 옛날에는 건강이 주된 관심사였다.
조선 18대 임금 현종의 비인 명성왕후는 딸인 명안공주에게 보낸 편지에 "새해부터는 무병장수하고 재채기 한 번도 아니하고 푸르던 것도 없고 숨도 무궁히 평안하여 달음질하고 날래게 뛰어다니며 잘 지낸다 하니 헤아릴 수 없이 치하한다"고 적었다.
또 17대 임금 효종의 비인 인선왕후도 딸에게 "마마를 잘 치렀고 80세까지 산다고 하니 이런 경사가 어디 있으리"라고 덕담을 했다.
천 관장은 "예전에는 덕담을 하면서 소망이 완료된 것 같은 말투를 썼고, 올바른 마음가짐으로 새해를 맞아야 한 해 동안 나쁜 일이 생기지 않는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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