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 중 교통사고 계속 늘지만 안전에는 둔감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횡단보도 녹색 점멸신호의 정확한 뜻은 보행자가 횡단을 시작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만 실생활에서 이런 교통법규를 알고 지키는 경우는 드물다.
특히 고령일수록 녹색 신호가 깜빡일 때 횡단보도에 진입해도 괜찮다고 믿는 경향이 강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령 보행자는 식별 능력이나 민감도가 떨어지고 시야가 좁은 탓에 횡단 시 더 주의해야 하지만 오히려 안전에 둔감한 셈이다.
교통안전공단은 지난해 10월 이틀에 걸쳐 서울의 고령자 교통사고 다발지점 6곳에서 연령별 횡단보도 보행 특성을 조사했다고 30일 밝혔다.
이 조사를 통해 65세 이상 고령자 1천287명, 비고령자 1천639명을 대상으로 녹색 신호가 점멸할 때 횡단보도에 진입한 보행자 중 빨간불로 바뀌기 전 횡단을 완료하지 못한 비율을 계산했다.
가락시장역 8번 출구 앞 사거리에서 보행 신호가 깜빡일 때 횡단보도에 진입한 고령자 96명중 24%인 23명은 신호가 꺼질 때까지 다 건너지 못했다.
반면 비고령자는 진입자 70명 중 7.1%인 5명만이 제시간에 횡단을 완료하지 못했다.
동대문구 삼육서울병원 앞 교차로에서는 고령자 114명 중 절반에 가까운 51명(44.7%)이 보행 신호 중 횡단보도를 건너는 데 실패해 비고령자의 비율(26.6%)보다 훨씬 높았다.
이처럼 고령일수록 제 시간에 횡단할 확률이 낮지만 안전에 대한 인식은 오히려 비고령자보다 취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공단이 고령자 100명과 비고령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녹색 신호가 점멸해도 무사히 횡단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고령자(36.1%)가 비고령자(16.2%)의 두배를 넘었다.
신호가 깜빡여도 빨리 걸으면 횡단이 가능하다는 응답도 고령자가 무려 62.9%로 비고령자(23.2%)의 3배에 달했다.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하는 시점의 올바른 기준은 '녹색 신호등이 켜질 때'이지만 고령자들은 다른 비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판단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내 옆 사람들이 건너기 시작할 때'(12%)나 '횡단보도 정지선에 차량이 멈춰 설 때'(11%) 횡단을 시작한다고 답해 잠재적인 사고 위험이 컸다.
보행 신호와 함께 표시되는 잔여 시간을 확인하고 건너는 비율 역시 고령자가 74.1%로 비고령자(83.7%)보다 낮았다.
고령 보행자의 25.9%는 잔여 시간을 보더라도 그냥 건넌다고 응답했으며 9%는 잔여 시간을 표시하는 숫자의 의미조차 알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령자의 보행 중 교통사고는 2011년 8천888건에서 2012년 9천515건, 2013년 1만248건, 2014년 1만825건, 2015년 1만1천532건 등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전체 보행 중 교통사고에서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5년간 17.5%, 18.6%, 20.5%, 21.2%, 22.3%로 역시 증가세를 보였다.
김주영 교통안전공단 책임연구원은 "고령 운전자를 대상으로 교통안전 교육을 할 때 보행 관련 교육을 포함하고, 고령 보행자의 이동이 많은 교차로에는 녹색 신호 시간을 연장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br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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