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박태균 교수 기고…"사회변화 반영 정책·시스템 필요"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촛불집회는 한국사회가 다원화됐다는 점과 시민들이 공정한 사회를 원한다는 점을 집약해서 보여주는 일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8일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민간연구원인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에 기고한 '촛불의 역사적 의의와 한국사회의 과제'라는 글을 보면 박 교수는 "촛불시위는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의 맥을 잇지만, 한편으로는 이전과 다른 한국사회의 모습을 보여준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우선 박 교수는 촛불집회에 등장한 다양한 깃발을 들어 최근 촛불집회가 다원화된 한국사회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박 교수는 "과거 시위에 등장한 깃발이 정치·사회운동·시민단체 관련 깃발이었다면 이번 촛불시위에 등장한 깃발 가운데는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의 개인적 취향에 따른 깃발들이 다수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버워치 심해유저 연합회'나 '혼자 온 사람들', '얼룩말 연구회' 등 깃발을 언급하며 "한국사회의 다원화 정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개인주의도 확산하고 있다"면서 "나의 권리는 물론 다른 '개인'의 권리도 침해돼서는 안 된다는 이기주의와 다른 개인주의의 성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촛불집회 초기에 초·중·고교생의 참여가 화제가 됐다는 점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학점 등에서 특혜를 준 이화여대 사태에 대한 학생들의 실망에 주목하며 "공정한 사회에 대한 청소년들의 희망을 기성세대도 같이 느꼈기에 청소년들의 촛불시위는 더 주목받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번 촛불집회에서 "집권여당을 비판하고자 하는 시민들의 기대가 충족된 작년 총선으로 학습된 자신감이 표출됐다"면서 "이런 자신감은 올해 대통령선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그는 4·19혁명과 1979년 부마항쟁, 1987년 6월 항쟁 등 과거 시민항쟁은 정권교체나 헌법개정 등을 이뤄냈지만, 그 이후 과정은 시민들의 바람대로 나가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현 상황도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에서는 시위과정에서 조직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2000년 이후 시위의 조직화는 오히려 동력의 상실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시민들은 자발적이고 자유로운 축제 같은 시위를 원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다원화와 개인주의 확산에 맞춰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가 반영된 정책, 청소년과 기성세대를 만족하게 할 공정한 경쟁시스템, 인적자원을 적절하게 배치할 인사제도가 필요하다고 봤다.
이를 위해서 선거가능연령을 낮춰 청소년의 주장이 정책에 반영되도록 하고 공정한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권력에서 독립된 감사·정보·견제기관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임명직 인사들의 임기는 보장하되 '기록'을 통해 임기 중 벌어진 일을 책임지도록 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박 교수는 "사회변화에 근거한 정책과 공정한 시스템 등만이 촛불시위의 힘을 통해 비정상을 정상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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