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SNS 언급 '운세, 사주, 점, 타로' 단어만 113만건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1. 직장인 이모(30·여)씨는 습관적으로 서울 압구정동 로데오거리 "○○도사' 점집을 찾아간다. 개인적으로 큰일이 있을 때만 점을 보는 것이 아니다. 고민이 있을 때마다 찾는다. 그가 궁금해하는 '미래'는 다양하다. 회사 생활, 대인관계의 어려움, 연애 등은 물론이고 매년 주의해야 할 사항도 빠짐없이 점집에서 듣고 온다. 지난해에는 해외를 나가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휴가 때마다 즐겼던 해외여행을 단 한 번도 안갔다.
#2. 직장인 김모(29·여)씨도 1년에 세 번 꼬박꼬박 사주를 본다. 사주 카페를 직접 방문하기도 하고 '용하다'는 점쟁이를 따로 불러서 만나기도 한다. 한번 사주를 볼 때마다 5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지만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는 "다음 달에도 친구와 인천에 있는 유명한 점집을 찾아가려고 했는데 연초라 그런지 예약이 꽉 찼다고 했다"며 아쉬워했다.
기술이 발달하며 삶의 예측 가능성이 커졌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자신의 미래를 궁금해한다.
중년층이 주로 찾는 곳으로 인식됐던 점집은 이제 젊은이들이 주로 찾는 도심으로 진출한 지 오래다. 사주 카페, 타로점을 봐주는 노점들도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인다.
점, 사주, 운세에 대한 사람들의 꾸준한 관심은 SNS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28일 빅데이터 분석업체 '다음소프트'에 따르면 지난해 블로그, 트위터에 등장한 '운세·사주·점·타로' 단어는 무려 113만건에 달한다.
주목할만한 부분은 사람들이 사주, 운세를 보는 이유가 미묘하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운세, 사주, 점, 타로와 관련해 가장 많이 등장한 연관어는 '돈'과 '연애'가 1위를 차지했다. 2013년에는 '연애'가 연관어로 등장하는 비율이 19%로 가장 높았고 2014년에는 '돈'이 각각 17%, 19%, 26%로 가장 관련 언급 비중이 높았다.
이와 달리 전통적으로 사주를 보는 이유인 결혼의 경우 언급 비중이 2013년 14%, 2014·2015년 12%, 2016년 11%로 점차 줄고 있다.
다음소프트는 "SNS 분석을 해보면 결혼이라는 단어는 점점 운세, 사주, 점과 함께 언급되는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데 연애는 그 비중이 꾸준히 느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황상민 심리상담소 소장은 "결혼은 젊은 세대에게 너무나 멀어진 일이 되어버렸지만, 연애는 나름 기대해볼 수 있는 새로운 인간관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황 소장은 "사회가 발달해도 여전히 개인은 기술이 주는 예측 가능성과 관련 없이 자신의 삶에 더욱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며 "자신의 삶에 대한 지혜 또는 조언의 갈급함은 더 높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운세, 사주의 인기 비결을 설명했다.
sujin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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