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휴가 사용률 74%와 '대조'…건강·고용보험, 상여금 등 복지 갈수록 악화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 근로자의 당연한 권리인 유급휴가를 떠나는 비정규직 근로자는 10명 중 3명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 고용보험, 상여금 등 복지 전반에서 정규직과의 차별도 갈수록 악화했다.
29일 한국노동연구원의 '2016 비정규직 노동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정규직 근로자의 유급휴가 수혜율은 74.3%에 달했으나, 비정규직은 31.4%에 불과했다.
10명 중 7명 가까운 비정규직 근로자가 법으로 보장된 유급휴가를 사용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유급휴가는 임금을 받으면서 쉴 수 있는 휴가를 말한다.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는 1년간 80%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유급휴가를 줘야 한다. 1년 미만 근로자는 1개월 개근 시 1일의 유급휴가가 주어진다.
더욱 큰 문제는 최근 수년 새 비정규직 근로자의 유급휴가 수혜율이 높아지기는커녕 되레 낮아졌다는 점이다.
2013년 73%였던 정규직 근로자의 유급휴가 수혜율은 지난해 74.3%로 소폭이나마 높아졌다. 하지만 같은 기간 비정규직 근로자의 수혜율은 33.0%에서 31.4%로 되레 낮아져 정규직과의 격차가 더 확대됐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복지 악화는 유급휴가뿐 아니라 건강보험, 고용보험, 상여금 등 복지 전반에 걸쳐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에 가입한 정규직 근로자는 2013년 83.5%에서 지난해 86.2%로 높아졌다. 그러나 비정규직 근로자의 가입률은 같은 기간 46.2%에서 44.8%로 낮아져 그 비중이 정규직의 절반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고용보험 가입률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정규직 근로자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2013년 71.8%에서 지난해 75.1%로 4%포인트 가까이 높아졌으나, 비정규직 근로자는 43.0%에서 42.3%로 되레 떨어졌다.
상여금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가 가장 확대된 분야다.
정규직 근로자의 상여금 수혜율은 2013년 83.6%에서 지난해 85.4%로 높아졌으나, 같은 기간 비정규직 근로자는 40.2%에서 38.2%로 떨어져 그 비중이 정규직의 절반에도 훨씬 못 미쳤다.
이로 인해 지난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상여금 수혜율 격차는 무려 47.2%포인트에 달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복지 격차가 이처럼 확대하면서 더 이상의 차별을 막기 위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임금뿐 아니라 휴가, 상여금, 건강보험 등 각종 복지 혜택에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가 벌어지면서 비정규직 근로자의 삶의 질은 더욱 열악해졌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비정규직의 복지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사측의 인식 전환, 정부의 근로감독 강화, 정규직 노조의 양보와 연대 등 노사정 모두가 비정규직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해결하려는 공동의 노력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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