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나라 업주에게 당해"…경찰, 업주들 기소의견 검찰 송치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이승환 기자 = "고국에 가서 가족들과 만나고 싶었지만, 돈이 없어서 갈 수가 없습니다. 업주가 방글라데시 출신이고 나 같은 방글라데시 사람을 잘 알아 내가 이런 일을 당한 것 같습니다."
2010년 한국에 들어와 지난해까지 꼬박 6년을 서울 이태원의 한 인도음식점 요리사로 일한 방글라데시인 모히우딘(38)씨는 30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올해 설 연휴에 고국에 가고 싶었지만, 돈이 없어서 못 갔다고 털어놨다.
6년간 일한 월급 상당 부분을 자신을 고용한 음식점 업주들에게 뜯겼다는 게 모히우딘씨의 주장이다.
모히우딘씨에 따르면 음식점 업주들인 방글라데시 출신 귀화 한국인 김모(51)씨와 동업자 최모(44·여)씨는 2010년 12월 모히우딘씨가 동료 A(38)씨와 함께 한국에 들어오자 "한국에서 일하려면 여권을 (우리가) 보관하고 있어야 한다"며 여권과 외국인등록증을 가져갔다.
이어 모히우딘씨와 A씨에게 은행 계좌를 개설하게 하고서 통장과 인감도장도 빼앗았다.
업주들은 이렇게 개설한 두 사람의 계좌에 약 3년 6개월 동안 각각 6천680만원과 6천630만원 등 총 1억 3천310만원을 급여 명목으로 입금했다.
그러나 업주들은 입금한 돈 중 1억3천98만원을 21차례에 걸쳐 재인출했다. 대신 지인을 통해 방글라데시에 있는 가족에게 급여 일부를 전해줬을 뿐이다.
노동조건도 형편없었다고 모히우딘씨는 주장했다.
계약할 때는 한 달에 이틀을 쉬게 해 주겠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휴일에도 거의 빠짐없이 일해야 했고, 매일 12시간씩 일하는 것도 부족해 때로는 하루 3∼4시간씩 초과 근무를 해야 했다는 것이다.
모히우딘씨와 A씨는 결국 6년 동안 일하고도 몸만 상했을 뿐 푼돈밖에는 손에 쥘 수 없었다.
모히우딘씨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 이슬람권 선수단 요리사로 활동했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지금은 잘 곳도 직접 마련하지 못할 정도로 곤궁한 처지가 됐다.
그는 "올해 70세인 아버지가 최근 심장 수술을 해 걱정이 많이 된다"며 "어머니, 아내, 아들도 모두 방글라데시에 있는데 돈 벌러 온 한국에서 돈 때문에 방글라데시에 갈 수 없게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모히우딘씨와 동료는 참다못해 지난해 7월 서울 용산경찰서에 업주들을 고소했지만, 이 때문에 직장을 잃었다.
모히우딘씨는 현재 네팔인 지인이 마련해준 경기도의 한 거처에 몸을 의탁한 채 구직 비자를 신청해 결과를 기다리는 상태다.
업주들은 경찰 조사에서 "본인들의 부탁을 받고 여권과 통장을 보관했고, 요청에 따라 통장에서 돈을 출금해줬을 뿐"이라고 범행을 부인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그러나 경찰은 동영상 녹화 자료와 참고인 진술, 피해자 통장에서 빠져나간 돈이 음식점 법인 계좌로 흘러들어 가 물품대금 지급 용도로 사용된 사실 등을 확인하고 최근 이들 업주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모히우딘씨 측은 "업주들이 최근 합의를 요구해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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