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필라델피아 방문에 맞춰 '직격탄'
(워싱턴=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 미국의 한 지역 신문이 2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새 대통령을 독재자에 비유하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미 펜실베이니아 주(州) 필라델피아 지역지인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는 '트럼프의 첫 며칠 행보는 독재자의 행보를 연상시킨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불법투표 언급과 수사 지시, 취임식 인파에 관한 잘못된 주장 등을 조목조목 지적하면서 이 같은 주장을 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연방의원 연찬회에 참석하기 위해 필라델피아를 방문하는 이날 작심한 듯 그에게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청률이나 취임식 인파에 대해 강한 집착을 드러내 왔는데 오늘 필라델피아 방문에서는 그가 앞장서 민주적 절차를 약화시키고, 또 자신의 대통령직도 위협하고 있다고 우려하는 수천 명의 시위대에 제발 주목해 주길 바라다"고 요구했다.
이어 "기본적 사실과 정보조차 억누르는 뻔뻔한 거짓말을 퍼뜨리는 것부터 시작해 트럼프 정부의 취임 초반 며칠은 '하찮은 독재정부'(tin-pot dictatorship)를 연상시킨다"면서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모습도, 대부분 미국인이 원하는 모습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또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은 첫 며칠을 백악관에서 취임식 인파 규모에 대해 논쟁하고, 거짓을 퍼뜨리면서 보냈는데 그들의 이런 충격적 행동은 일부 사람들이 이미 트럼프 대통령에게 붙인 '나르시시스트 딱지'에 신빙성을 부여해 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의회지도부 연찬회에서 또다시 가짜 불법투표 주장을 꺼내면서 최대 500만 명에 달하는 불법 이민자들의 불법투표 때문에 일반투표(총득표수)에서 졌다고 말했는데 '일반투표에서 졌다'는 그의 내적 불안감이 그를 자꾸 자신의 승리를 애써 강조하는 산만한 승자로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대선 승리 후 두 달 이상이 지났는데도 계속 투표 사기를 주장하는 것은 기괴하기 짝이 없다"고 일침을 놓았다.
신문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불법투표)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가 거의 없음에도 그는 수요일(25일)에 대대적 수사 지시 방침을 밝혔다"면서 "그런데 정작 (녹색당 대선후보였던) 질 스타인이 지난달 몇 개 주의 대선 재검표를 요구했을 때 그의 변호사는 미시간 법정에 제출한 기각요청 소장에서 '가능한 모든 증거로 판단해 보면 2016년 선거는 절대 사기나 실수에 의해 더럽혀지지 않았다'는 논리를 폈다"고 상기시켰다.
신문은 아울러 6명의 언론인이 트럼프 반대 시위 현장을 취재하다가 체포된 점, 환경보호청(EPA) 홈페이지에서 기후변화 관련 정보가 삭제된 점 등을 거론하면서 "모든 행정부는 자신들의 고유한 어젠다를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지만 '2 더하기 2는 5다'라고 말할 수는 없는 법이다. 국정은 더 이상 TV 리얼리티쇼가 아니며, 정책토론은 사실과 진실을 토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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