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소비시장 창출 가능성 있다"…경제에 긍정적 측면도
'1인가구 시대' 부작용 있다면…건강문제, 정치무관심, 궁핍화
(서울=연합뉴스) 유통팀 = 최근 한국 소비시장에 뚜렷하게 나타나는 혼술(혼자 술 마시기), 혼밥(혼자 밥 먹기), 혼여(혼자 여행하기), 혼영(혼자 영화 보기) 등 '1인 소비' 경향의 근본 원인은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빠르게 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1인 가구 확대가 부분적으로 새 소비시장을 창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만혼(늦은 결혼)과 취업난, 고령화 등에 따른 부수적 현상인 만큼 소비·생산 여력이 부족한 사회적 빈곤층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1인 가구의 선거 참여율이 저조한 사실을 근거로, 사회 내 '정치 무관심' 경향이 심해질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도 나왔다.
◇ 1인 가구, 고령화·취업난 등에 '한국 대표 가구'로
통계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자 사는 가구 수는 520만3천 가구로, 전체 1천911만1천 가구의 27.2%를 차지했다.
이제 대한민국의 가장 보편적 가구 형태는 2인 가구(26.1%), 3인 가구(21.5%), 4인 가구(18.8%)가 아니라 1인 가구(27.2%)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우선 청년층에서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이유로 취업난과 그에 따른 '늦은 결혼'을 꼽았다.
한슬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노년층 1인 가구가 늘어날 뿐 아니라 결혼을 안 한 젊은층도 증가하면서 전체 1인 가구가 급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도 "청년층에게 안정적 정규직 일자리가 희소해졌다"며 "이런 불안정성 때문에 원하지 않아도 결혼과 출산을 하지 못하고, 1인 가구를 이루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취업난과 어려운 경제 상황은 1인 가구 생성의 근본 배경일 뿐 아니라, 1인 가구의 '나 홀로 소비'를 부추기는 요인으로도 거론됐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아무래도 취업이 어렵고, 취업해도 직장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필수적 소비를 제외하고 친구나 동료들과 어울렸을 때 쓰게 되는 비필수적인 소비를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1인 가구, 빈곤 가능성…'정치 무관심'도 가속 우려"
1인 가구의 증가는 '나 홀로 소비'족을 겨냥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국내 간편식 시장은 규모는 6년 만에 3배로 커졌고 편의점과 외식업계, 숙박·관광업계 등에서는 혼밥·혼술·혼여족 등을 위한 다양한 1인 소비용 상품·서비스가 속속 선보이고 있다. 앞으로는 안전과 건강 등이 걱정인 1인 가구를 위한 보안서비스 상품이나 보험 상품도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근태 연구위원은 "혼자 사는 사람이 늘어나면 1인당 거주 관련 소비는 늘어난다"며 "1인당 식품, 이미용 등의 소비 수준도 더 높아진다"고 말했다
한슬기 연구원도 "1인 가구를 위한 전용 보안 상품 등이 나오고 노인 가구의 증가로 실비 보험이 늘어날 것"이라며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생각하지도 못했던 분야의 산업이 확장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1인 가구 증가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인 1인 가구건, 청년 1인 가구건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진단했다.
경제적 어려움 등의 요인 탓에 '비자발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교류가 적어지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전상진 교수는 "1인 가구가 편의점 도시락을 먹는 것은 경제적 궁핍과 사회적 네트워크의 상실이 함께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1인 가구들의 '정치 무관심' 가능성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신 교수는 "지금까지 1인 가구의 선거 참여는 다른 가구보다 상대적으로 적었다"며 "경제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더 1인 가구를 정치적으로 대변할 수 있는 채널이 있어야 하는데, 저조한 선거 참여율 탓에 1인 가구가 자신들의 요구를 정치적으로 표출할 수 있는 통로가 없어질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한 경제연구원 연구원도 "1인 소비와 동반되는 개인화 경향으로 사회 안에서 의견 수렴이나 연대가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1인 가구는 아무래도 건강에 대해 소홀해지기 쉽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으로 지적되고 있다.
1인 가구는 아플 때 간호해 줄 사람이 없는 데다 지속적인 외식과 불규칙한 생활 습관으로 영양 불균형, 만성위염 등의 건강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우울증이나 대인 기피증 등 정신건강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dy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