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핵경쟁·북핵 등 위협 최고조…'트럼프 등장'도 한몫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종우 특파원 = 인류 최후의 날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운명의 날 시계'(Doomsday Clock)의 분침이 자정에서 불과 2분 30초 떨어진 지점을 가리키고 있다.
미국 핵과학교육재단은 26일(현지시간) '핵 과학자 회보'(BAS)를 통해 2016년 운명의 날 시계의 분침이 '11시 57분 30초'를 가리키고 있다고 밝혔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보도했다.
이는 전년인 2015년 11시 58분보다 30초 앞당겨진 것이다. 특히 미국과 소련에서 최초의 수소폭탄 실험이 시행된 1953년 이후 '인류 최후의 날'로 상정한 자정에 가장 가까운 상태라고 신문은 전했다.
핵 과학자들은 회보에서 "지구종말 시계를 30초 앞당긴 것은 현재 국제사회가 인류 생존의 근본적 위협이 되는 핵무기와 기후변화 등에 공동 대처하는 데 실패하면서 국제적 안보 전망이 암울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상도 분침을 앞당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회보 작성에 참여한 이론물리학자 로런스 크라우스 박사와 데이비드 티틀리 전 미 해군소장은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설상가상으로 미국에서 핵무기와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방해하는 대통령이 등장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껏 개인 한 사람의 언급으로 지구종말 시계의 분침이 앞당겨진 적이 없었다"면서 "하지만 그 사람이 미국의 새로운 대통령이 됐을 때 그의 언급은 중요한 의미가 됐다"고 부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2일 트위터 계정에서 "미국은 세계가 핵무기에 대한 분별력을 갖게 되는 시점까지는 핵 능력을 큰 폭으로 강화하고 확장해야 한다"면서 미국의 '핵 능력 강화론'을 강조했다.
회보는 또 "전 세계 핵무기의 9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과 러시아가 첨예한 대립 속에 광범위한 핵무기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군비 축소 협상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5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하고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열중하고 있으며, 인도-파키스탄은 카슈미르 접경지 분쟁 등으로 핵전쟁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크라우스 박사는 운명의 날 시계 분침을 뒤로 돌리려면 핵무기 개발 비용 감축과 군비 축소 노력, 북한 핵무기 저지를 위한 국제사회의 개입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CNN은 전했다.
'지구종말 시계'로 불리는 운명의 날 시계는 핵전쟁 발발 등으로 인한 지구 종말을 자정으로 가정한 예고 시계다. 운명의 날 시계는 1947년 미국의 핵 개발 사업인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과학자들에 의해 창안됐다.
전 세계 핵무기 보유국들의 행보와 핵실험, 핵무기 협상의 성공과 실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 시계의 분침이 결정된다. 지난 2007년에는 인류 멸망의 새로운 위협 요인으로 지구온난화가 추가됐다.
1947년에 11시 53분으로 출발한 이 시계의 시간은 지금까지 20여 번 조정됐다. 미소 냉전 시대인 1953년 미·소 양국이 수소폭탄 실험을 강행했을 당시 자정 2분 전인 11시 58분을 가리켰다.
공산주의 체제가 붕괴한 1991년에는 자정 17분 전인 11시 43분을 가리켜 파멸로부터 가장 멀어진 상태였다.
jongwo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