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날' 변경 목소리 확산…총리 "변화 없다" 천명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229년 전 영국 '제1 선단'(First Fleet)의 시드니 도착을 기리는 26일 '호주의 날'(Australia Day)을 맞아 호주 곳곳에서 이날이 건국을 기념하는 국경일이 아니라 침략일이라고 비난하는 행사가 잇따랐다.
호주인 대부분이 다양한 축하행사를 즐기지만, 원주민과 녹색당, 일부 노조단체와 교사단체 등은 영국 식민지 개척자들에 의한 압제의 시작을 알리는 '침략일'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이런 목소리는 날로 커가고 있다.
최대 도시 시드니의 도심에서는 약 1만 명이 모여 '호주의 날'을 다른 날로 바꿀 것을 요구했다.
집회 주최 측의 데이브 벨은 "1788년 이래 우리는 싸워오고 있고, 대량학살의 시작을 알리는 날을 '호주의 날'이라며 공휴일로 하는 것은 국가적 수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호주 AAP통신이 보도했다.
행사 중 20살 남성이 호주 국기를 불태우려 하면서 경찰과 집회 참가자 간에 간단한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남성은 경찰을 공격하고 체포에 저항하는 동시에 악의적 손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고 호주 언론이 27일 전했다.
또 충돌 과정에서 경찰 1명과 시위 참가자 여성 1명이 각각 부상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2대 도시 멜버른에서도 1만 명 이상이 '침략일' 집회에 나왔으며, 애들레이드에서는 원주민 수백 명이 축하 행진을 가로막기도 했다.
또 수도 캔버라에서는 수백 명이 의회 앞까지 행진한 뒤 연좌시위를 벌였다. 한 원주민 참가자는 '호주의 날' 날짜가 많은 사람에게 나쁜 기억을 불러일으키고 문제의 출발점인 만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브리즈번에서도 1천여 명이 주의회 앞에서 집회를 열었으며, 호바트에서도 '호주의 날' 사상 최대 규모의 시위가 벌어지는 등 참가자들은 26일이 침략일이고 애도를 표해야 하는 날 이라며 날짜 변경을 강하게 요구했다.
그러나 맬컴 턴불 호주 총리는 사람들이 저마다 의견을 피력할 권리가 있다며 '호주의 날' 날짜 변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원주민들은 호주대륙에서 약 5만 년을 지내왔으나 229년전 영국의 식민지 개척자들이 온 뒤에는 약 2세기 동안 잔혹한 정복 정책과 학살에 시달렸다.
현재 호주 전체인구 2천400만 명 중 약 3%인 70만 명이 원주민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들은 사회 최하층에 자리하고 있다. 이들은 기대수명은 나머지 호주인보다 10년 이상 짧고 교도소 수감자의 27%를 차지하고 있다.
cool2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