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연합뉴스) 진병태 특파원 = 중국이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독일과 힘을 합쳐 반(反) 트럼프 전선 구축을 모색하는 것으로 보인다.
27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의 방미로 미국과 영국 간 '앵글로 색슨' 결속이 강화되면서 중국이 유럽과의 연대를 추진중이다.
유럽연합은 그동안 미국과 똘똘 뭉친 경제·안보 공동체 격이었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와 유럽연합(EU)을 공식적으로 탈퇴하려는 영국이 결합해 보호무역주의 성향을 보이자, 이에 맞서 독일과 중국의 '접근'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미 행정부가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의지를 분명히 하면서 경제적으로 환율조작국 지정 및 중국산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압박, 외교·안보면에서 남중국해 영유권 부정 및 하나의 중국 원칙 훼손 등을 분명히 하고 나서는 가운데 중국은 독일을 우군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독일 메르켈 총리는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에 강력하게 반발하며 자유무역을 고수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현재로선 중국과 접점이 적지 않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지난 25일 메르켈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국제현안과 관련해 협력의사를 타진했다
리 총리는 국제 정치, 경제가 심각한 불확실성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양국이 글로벌 시장에 확고한 신호를 보내야하며 무역과 투자 자유화를 통해 현재 국제질서를 지키는 일에 공동으로 노력해야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또 항상 유럽통합의 확고한 지지자로 남아있을 것이라면서 유럽의 안정과 번영, 양자 관계 증진을 위해 유럽과 협력을 제고할 것을 희망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메르켈 총리는 국제현안에서 중국과 협력을 제고하고 다자주의를 통해 글로벌 현안을 해결해야한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함으로써 화답했다.
메르켈 총리는 또 중국과 고위급 교류, 그리고 무역·신에너지·전기자동차 등 분야에서 협력 제고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양국 총리가 전화통화를 하면서 유럽통합과 다자주의를 통한 국제현안 해결을 강조한 것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미 대통령과 '하드 브렉시트'(유럽연합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 완전한 탈퇴)를 천명한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의 접근에 각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립주의는 영국의 브렉시트와 일정부분 궤를 같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미 백악관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후 첫 일일브리핑에서 중국의 남중국해 점거를 불용하다는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인으로서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전화통화를 하고 트위터를 통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포함한 모든 문제를 협상할 것이라고 말한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중국은 트럼프 미 행정부의 대중 정책이 중국의 핵심이익을 건드리고 있다면서 결사항전 의지를 다지고 있다.
중국의 관변학자들은 미국의 이런 태도가 전쟁을 유발할 수 있다면서 연일 발언수위를 높이고 있다.
중국은 최근 베트남과 필리핀에 경협 강화를 통해 남중국해 갈등 방지에 나서는 한편 유럽에서는 트럼프에 손을 내민 영국을 제치고 독일과 반 트럼프 전선 구축을 모색하고 있다.
메이 총리는 하드 브렉시트를 통해 고립주의 성향의 트럼프에 한발 다가선데 이어 26일 미국을 방문, 트럼프와 정상회담을 통해 연대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취임후 첫 정상회담 상대인 메이 총리는 미 공화당 의원 모임에서 영국과 미국의 단결을 촉구하고 두 나라가 세계를 일정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주권국가에 개입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jbt@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