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손에게 폐 끼치는 무덤 없애라" 폐묘 5년새 2.5배 급증

입력 2017-01-28 08:24  

"자손에게 폐 끼치는 무덤 없애라" 폐묘 5년새 2.5배 급증

분묘 개장해 화장한 뒤 납골당·자연장 안치…새 풍속도

매장→화장 변화 속 관리 어려운 묘지 없애기 문화 확산

(전국종합=연합뉴스) 이승민 기자 = 지난해 7월 청주에 사는 A(60)씨는 포크레인을 불러 선친의 분묘를 팠다.


그해 세상을 떠난 어머니(86) 유언에 따라 유골을 화장하기 위해서였다.

A씨의 어머니는 생전에 벌초 등 무덤 관리 때문에 자식에게 짐이 되기 싫다며 자신이 숨지거든 일찍 세상을 뜬 남편과 함께 화장해 달라고 몇번이고 당부했다.

어머니 뜻에 따라 A씨는 공원묘지에 있는 선친의 묘를 비롯한 선대 묘 3곳을 개장했다. 화장을 한 유골 3구를 어머니 유해와 함께 작은 나무 아래 자연장 했다.

자연장은 가로 세로 각각 25㎝ 크기 터에 흙과 유골을 섞어 묻는다. 매장보다 유지 비용이 적게 들고 벌초 등 관리에 품이 들지 않는 것이 장점이다. 부지 사용 계약 기간은 45년이며 연장할 수 없다.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는 묘지를 정기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짐을 자식에게 지우기 싫다며 자연장이나 화장을 유언으로 남기는 부모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28일 청주시 장사 시설 사업부에 따르면 분묘를 열어 화장하는 건수가 2012년 2천76건에서 지난해 5천49건으로 5년 만에 2.5배 급증했다.

개장·이장을 많이 하는 윤달이 있었던 2014년(4천67건)과 비교해도 1천건가량 많은 수치다.

묘지를 개장해 화장하는 경우는 대부분 납골당으로 옮기는 경우다.


광주도시공사에서 운영하는 공원묘지에서도 2013년 572건이었던 개장 화장이 지난해 700건으로 늘었다.

공원묘지 관계자는 "해마다 차이는 있지만, 매장 분묘를 납골묘나 자연장으로 옮기는 사람이 꾸준히 늘고 있다"면서 "윤달이 낀 올해는 개장, 묘지 이장 건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사설 묘지보다 유지·관리비가 저렴해 매장 묘지로 인기가 높은 청주시 목련공원에서도 지난해 31개 묘가 이장했다.

A씨처럼 이 공원묘지에서 관리가 힘들어 분묘를 개장한 후 '가족 자연장'으로 바꾼 가족은 2015년 11건에서 지난해 33건으로 3배 늘었다.

가족 자연장은 기존 매장묘 부지(가로 90㎝, 세로 230㎝)를 8∼10개로 나눠 화장한 유골을 흙과 섞어 안치하는 장묘 방법이다.

부산시설공단이 운영하는 금정구 영락공원에서도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150∼350건 분묘 개장이 이뤄지고 있다.

영락공원 관계자는 "분묘를 없애고 납골당이나 자연장으로 바꾸는 사람들이 예전에 비해 많이 늘었다"면서 "최근에는 개장을 더욱 많이 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폐묘·이장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무덤을 파고 옮겨주는 업체를 찾는 사람도 매년 증가세다.

지난 14년간 이장업체를 운영한 김모(46)씨는 최근 5년 사이 분묘를 정리하려는 수요가 급증했다고 전했다.

청주에서 3∼4곳에 불과했던 폐묘·이장 대행업체 수도 최근 5년 사이 20여개로 늘었다.

김씨는 "하루에 보통 1건 이장 작업이 가능한데, 지난해부터는 한 달 동안 하루도 못 쉬고 일할 때가 많다"고 귀띔했다.

폐묘·이장 작업은 통상 포크레인 1대, 2∼3명의 인력이 동원되고 90만∼100만원 비용이 든다.




한국장례문화진흥원 관계자는 "관리에 많은 일손과 비용이 드는 분묘는 지난 10년 사이 많이 사라지고 있다"면서 "묘소에 매장하던 전통적인 장례 문화가 세태 변화에 따라 화장 후 납골당에 모시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장례문화진흥원에 따르면 2015년 사망자 27만5천700명 가운데 화장자 수가 22만1천886명으로, 화장률이 80.5%에 이른다.

logo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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