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저술가 로버트 카플란 신간 '어닝 더 로키스'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지난해 11월 8일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미국인 절반은 환호했고, 나머지 절반은 절망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성·인종·종교 차별적 발언을 떠나 노골적인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신(新)고립주의' 노선도 희비를 엇갈리게 한 요인이었다.
특히 기성 워싱턴 정가와 싱크탱크의 충격은 컸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개방주의 경제와 개입주의 외교는 역대 공화당과 민주당 정부의 골간이었다.
저명한 외교 저술가인 로버트 카플란은 어린 시절 트럭 운전사 아버지에게서 미국 동부에서 서부로 이어지는 도로 여행 경험담을 즐겨 듣곤 했다.
제트 여객기를 타고 하늘길을 날면 느낄 수 없는 미국의 지형과 자연환경을 고스란히 느끼게 된다는 조언과 곁들여서다.
아버지는 특히 '로키 산맥에서 배워라'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카플란이 최근 펴낸 '어닝 더 로키스'(Earning the Rockies)는 서(西)에서 동(東)으로 개척자들이 걸었던 길을 따라 미국을 횡단하며 보고 듣고 느낀 기록물이다.
그러나 저자는 해군사관학교에서 지정학을 가르치는 교수이자 애틀랜틱지(誌)의 오랜 칼럼니스트이다.
책은 단순한 견문록이 아니라 '미국 지리는 미국의 세계 역할을 어떻게 형성시켰나'라는 부제에서 드러나듯 지리와 외교의 관계를 살피고 있다.
그의 시야는 고층 빌딩으로 둘러싸인 번영한 도시와, 이와는 반대로 세계화에 뒤처져 공장 기계가 녹슬어버린 중부 공업지대인 이른바 '러스트 벨트'(rust belt)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마치 하나의 아메리카 대륙에서 두 시계가 엇박자를 내며 다른 시간을 향해 가는 상황.
카플란은 세계화가 미국의 지리적 이점을 약화하고 새로운 분열을 초래한 요인이라는 점은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은 중서부의 척박한 사막을 건넌 후에야 서부에 도시를 건설할 수 있었다. 만약 사막을 건너지 못했다면 해상강국 미국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카플란은 긴 여정의 마지막 행선지, 샌디에이고 항구에서 아시아를 지키는 막강한 미 태평양 함대와 조우한다.
그러면서 그는 태평양 넘어 아시아의 떠오르는 나라들, 중국과 인도, 한국을 조망한다.
그는 "많은 미국인이 서부 개척정신에서 멀어질수록 미국 밖 세상과 만나는 게 힘들어질 것"이라고 진단한다.
이어 미국의 지정학적 여건은 미국에 '제국주의가 아닌 제국'의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설령 외교적 고립주의 노선을 추구하더라도 결코 글로벌리즘을 외면하진 못할 것이라는 얘기다.
트럼프 정부의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은 추천사에서 "미국 특유의 지리와 개척 경험을 통해 세계 속 미국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하고 있다"며 "변화한 세계 속에서 미국의 이상주의와 실용주의가 균형을 찾을 수 있는 신선한 접근법"이라고 말했다. 201쪽, 랜덤하우스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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