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 할 일 차고 넘친다"…AI 시대 일자리 대책 과제는

입력 2017-01-30 05:05   수정 2017-01-30 10:38

"기계 할 일 차고 넘친다"…AI 시대 일자리 대책 과제는

고급 자동화로 실업 위기 불가피…재교육·노동시간 등 대수술 필요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김태균 기자 = 4차 산업혁명의 원동력인 인공지능(AI)이 보편화하면 직업 시장에 변화의 광풍이 불어닥치게 된다.

AI 기술 발전으로 단순 작업뿐만 아니라 회계 분석·의료 정보 판독·추론 등 인간의 복잡한 지적 노동조차 대거 기계가 대신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많은 직업이 AI 자동화에 밀려 없어지면서 많은 시민이 실업 위기에 내몰리는 '취업 빙하기'가 오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AI 때문에 얼마나 많은 기존 일자리가 사라질지는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전망이 들쭉날쭉하다.

그러나 이런 AI 격변기에 노동자들이 최대한 잘 대처할 수 있도록 노동·교육 등 사회 기반을 미리 바꿔야 하는 점은 틀림없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의 제언이다.

국내에서는 이런 논의가 초기 단계다. 정부가 준비한 '지능정보사회 중장기 종합대책'은 지금껏 신산업 육성·연구개발(R&D) 지원·AI 관련 인재 양성 등 '경제 진흥 패키지' 성격이 강했고, 노동·교육 제도 개혁 등 근본에 관한 사안은 주목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올해 하반기에야 '지능정보사회 노동 시장 특징 및 대응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4차 산업혁명의 일자리와 관련해 최대 과제는 재직자 재교육이다. AI 자동화 업무가 확대될 때 관련 분야 종사자가 빨리 지식을 배워 새 유망 직업으로 '갈아타기'를 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그러나 한국은 평균 노동시간이 너무 길어 자기계발 여유가 부족한 경우가 많고 재교육 인프라도 선진국과 비교하면 매우 부실하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법정 노동시간을 대폭 줄이고 온라인 강좌 바우처 등의 혜택을 신설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잖다.

그러나 노동시간 단축은 사회적 합의가 까다롭고 무료 교육은 비효율적 '퍼주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만만찮다.

서구에서는 현대의 재교육 자체가 4차 산업혁명의 변화를 따라가기에 역부족이라는 반성도 나온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재직 중 재교육이 초·중등 의무교육처럼 모든 노동자에게 고루 보장되어야 하는데, 지금 재교육은 일부 우수 성과자 중심으로만 짜여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재교육을 지원해야 할 기업이 특정 기술에 관한 수요가 너무 빨리 변한다는 이유로 직원 교육에 대한 투자를 꺼리는 문제도 크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근 'Al 시대의 직장인 재교육'에 관한 특별 기획에서 "모든 시민이 이젠 일하면서 배워야 할 시대가 왔다. 19세기 산업혁명 때 이뤄진 공교육 발전에 맞먹을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자리 불안의 해법으로 거론되는 '기본소득'도 주요 논의 대상이다.

'실업 위협과 임금 양극화에 대한 효과적 안전망'이라는 의견과 '경제를 왜곡하고 노동 의지를 꺾는다'는 반론이 팽팽한 만큼 사회 각계에서 심도 있는 토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 제도 개편에 대한 촉구도 강하다. AI 도입의 여파로 교육이 지향하는 기본 인적 역량의 중요도가 변하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는 특히 기계가 복잡한 업무를 맡게 되면서 장비 조작 등 기술 역량의 비중이 축소되고 설득력·협상력·의견경청 등 사회·인문적 역량이 부각될 공산이 크다고 예측한다.

비(非)숙련직에서도 과거 숙련직의 전유물이었던 복잡한 문제 해결 능력과 언어 능력이 대거 필요하게 되면서 교육 전반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황규희 선임연구위원은 "중등교육까지는 특정 기술·지식을 주입하는 것을 지양하고 글쓰기·토론하기·분석하기 등의 보편적 '기본기'에 집중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며 "타인과 협업하는 법을 익히고 새로운 것을 유연하게 배울 수 있는 능력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부 수치는 다르지만, AI 보편화에 따른 고용 변화 분석은 결국 사람이 채울 일자리의 절대적 수가 줄어든다는 예측이 대세다.

예컨대 일본 미쓰비시 종합연구소(MRI)는 이번 달 '2030년까지 AI 발전의 여파로 일본에서 일자리 240만개가 없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발표했다.

AI·로봇 관련 새 일자리 500만개가 창출되는 반면 건설·생산·판매 등에서는 일자리 740만개가 줄어 결과적으로 고용이 대폭 마이너스로 돌아선다는 얘기다.

lkbin@yna.co.kr, t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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