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서 16주기 행사 마쳐
(도쿄=연합뉴스) 김정선 특파원 = 일본에서 어학연수 중이던 이수현(당시 26세) 씨가 2001년 1월 26일 도쿄(東京) 신주쿠(新宿) JR 신오쿠보(新大久保) 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 남성을 구하려고 일본인과 함께 선로에 내려갔다가 사고를 당한 지 올해로 16주기를 맞았다.
지난 26일 이수현 씨의 부모인 이성대(77), 신윤찬(67) 씨는 이날도 어김없이 사고 현장을 찾아 헌화했다.
이수현 씨의 이름을 따 설립된 'LSH 아시아 장학회' 관계자와 그를 잊지 않고 있는 일본인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이성대 씨는 27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매년 신오쿠보 역을 찾은 후에는 별도의 모임을 하면서 수현이에게 얽힌 지난 이야기도 서로 하고 그랬는데 올해는 설 연휴도 시작되고 해서 오늘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 씨는 "아들은 한일 민간 외교의 가교가 되기를 바랐는데 요즘 정부 차원의 일이 있으니 마음의 부담도 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일본 정부는 부산 총영사관 앞에 위안부 소녀상이 설치된 데 항의해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와 모리모토 야스히로(森本康敬) 부산 총영사를 지난 9일 일시귀국시킨 상태다.
모리모토 총영사는 전날 신오쿠보 역에서 이수현 씨를 기리는 자리에 함께했다고 일본 언론이 전했다. 이수현 씨의 묘는 부산 영락공원에 있다.
이 씨는 "수현이가 일본어 학교에 입학해서 쓴 글이 있는데, 한일 가교의 일인자가 되겠다는 내용이었다"며 "꿈을 못 이루고 떠났다고 생각했는데,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하고 희생을 다 했으니 더 큰 꿈을 이뤄낸 것이 아닐까 요즘에는 그런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가 대신해서 그 꿈을 잇고 있다"며 "그러니 수현이의 꿈은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산 영락공원에 있는 수현이 묘에도 일본인들이 많이 찾아온다"며 "우리 가족도 설 연휴에 다시 묘지를 찾아야겠지"라고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j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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