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진-임영희 MVP 수상 각축…존스 또는 김단비도 '복병'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설 명절에 오랜만에 모인 친척들 사이에 자칫 부주의한 말 한마디가 '집안싸움'으로 번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뉴스는 더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그런데 여자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은 2년째 설 명절을 맞아 '기분 좋은 집안싸움'을 벌이게 됐다.
우리은행은 27일 충남 아산에서 열린 용인 삼성생명과 경기에서 86-67로 크게 이겨 정규리그 1위를 확정했다.
24승 1패의 압도적인 성적으로 정규리그 1위를 굳힌 우리은행에서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가 나오는 것은 '해가 동쪽에서 뜬다'는 말 이상으로 당연해 보인다.
공교롭게도 우리은행은 지난 시즌에도 설 바로 전날인 2월 7일에 정규리그 1위 축포를 터뜨렸다. 2년 연속 섣달 그믐날에 정규리그 우승 잔치를 열었다.
지난 시즌에는 24승 4패로 28경기 만에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한 우리은행은 올해는 한술 더 떠서 25경기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달성했다.
따라서 2년 연속 설 명절에 'MVP 집안싸움'이 본격화하는 양상을 맞이한 셈이다.
지난 시즌에는 양지희(33·185㎝)가 임영희(37·178㎝), 박혜진(27·178㎝)과 경쟁에서 이겨 정규리그 MVP의 영예를 안았다.
올해는 양상이 다소 달라졌다. 양지희가 시즌 초반 무릎 부상 때문에 정상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해 평균 득점이 지난 시즌 10.3점에서 5.9점으로 줄었다.
주장인 양지희 자신도 27일 우승을 확정하고 나서 "우승컵을 받는데 마치 대리 수상을 하는 느낌이었다"며 아쉬워했다.
따라서 올해는 임영희와 박혜진이 MVP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모양새가 될 전망이다.
대회 운영 요령에 정규리그 MVP 자격 요건으로 '정규리그에 출전한 모든 선수 중 1명, 정규리그 3분의 2 이상 출전'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존쿠엘 존스(23·197㎝)도 자격이 안 될 것은 없지만 외국인 선수상이 별도로 있다는 점에서 수상 가능성은 크지 않다.
임영희는 정규리그에서 평균 13점(10위), 3.8어시스트(3위), 3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3점슛 성공률도 34.7%로 5위에 올라 있다.
만일 임영희가 이번 시즌 MVP가 되면 여자농구 사상 역대 최고령 MVP가 된다. 이 부문 기록은 정선민 신한은행 코치가 2009-2010시즌에 달성한 36세다.
박혜진은 정규리그 평균 13.2점(9위), 6리바운드(9위), 5.2어시스트(1위) 등 여러 방면에서 고른 활약을 펼치고 있다. 3점슛 성공률 36.2%(2위), 스틸 1.5개(6위)도 상위권이다.
박혜진이 MVP를 수상하면 정은순, 정선민, 변연하 등 '여자농구의 전설'에 이어 통산 네 번째로 정규리그 MVP에 세 차례 이상 뽑힌 선수가 된다.
선수의 기록을 수치로 환산한 공헌도 순위에서는 존스가 856.6점으로 1위, 박혜진이 785.9점으로 2위다.
우리은행 이외 팀 선수로는 카리마 크리스마스(KDB생명)가 684.3점으로 3위, 김단비(신한은행)는 683.3점으로 4위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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