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본 레거시', 2015년 '어벤져스2'이어 한국 배경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마블 스튜디오가 내년 2월 개봉 예정인 '블랙 팬서'를 한국에서 찍기로 하면서 국내 팬들 사이에서는 벌써 반응이 뜨겁다.
마블이 2015년 개봉한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2')에서 이미 서울의 모습을 다룬 만큼, '블랙 팬서'에서는 한국의 모습을 어떻게 그릴지 관심이다.
'블랙 팬서'는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2016)에 처음 등장한 캐릭터인 블랙 팬서를 주연으로 내세운 작품. 지구에서 가장 강한 희귀 금속인 비브라늄의 유일한 생산지 와칸다의 국왕 블랙 팬서가 비브라늄을 노리는 적들의 위협에 맞서 세상을 구한다는 내용이다.
마블 스튜디오는 최근 블랙 팬서 역의 채드윅 보스먼을 비롯한 주요 출연진을 발표하면서 이 작품을 미국 애틀랜타와 한국에서 촬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으로 국내 어디서, 언제, 어떤 장면을 찍을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마블 팬들 사이에서는 한국에서 촬영된 '어벤져스2'와 연계된 장면을 촬영하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나온다.
영화 내용을 떠나 마블이 한국 촬영을 또다시 결정한 것은 '어벤져스 2'의 성공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마블은 당시 '어벤져스2'의 한국 촬영뿐만 아니라 한국 배우 수현도 캐스팅해 팬심을 자극했다.
이에 힘입어 '어벤져스2'는 1천50만명을 불러모아 국내 개봉한 외화 가운데 '아바타'(2009)에 이어 역대 흥행 2위에 올랐다. 북미를 제외할 경우 한국에서 거둔 이익이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블랙 팬서' 역시 '돈이 되는' 한국시장을 겨냥한 행보로 풀이된다. 한국영화 시장은 2013년부터 연간 관객 2억명대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해마다 관객 1천만명의 영화도 꾸준히 배출하고 있다.
한국에서 마블 영화의 인기가 높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어벤져스 2' 이외에 '어벤져스'(2012), '아이언맨3'(2013),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2016) 등 마블 영화 4편이 국내에서 500만 명 이상을 동원했다.
물론 할리우드가 한국을 촬영지로 선택한 사례는 마블이 처음은 아니다.
2011년 6월 서울 강남역 일대에서 촬영된 '본 레거시'가 첫 사례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1분 30초 분량만 서울이 등장해 한국 관객들을 실망시켰다.
할리우드 배우 앤 해서웨이가 주연한 SF 영화 '콜로설'의 일부 장면도 지난해 3월 경기도 부천에서 촬영됐다. 당초 이 영화는 도쿄에서 촬영할 예정이었지만, 일본 영화사와 법적 분쟁으로 인해 촬영지를 한국으로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콜로설'은 오는 4월 북미에서 개봉하지만, 국내 개봉은 미정이다.
할리우드 영화에 한국이 등장하는 것은 국내 팬들에게 반가운 일이지만, 그 효과를 놓고서는 논란도 일었다.
2014년 '어벤져스2'가 대표적이다. 한국관광공사는 '어벤져스 2'의 촬영을 놓고 브랜드 제고를 포함한 장기적 효과를 2조원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어베져스2'의 총 상영시간 141분 가운데 서울이 등장하는 장면은 20분 안팎이었다. 더욱이 대부분의 상영장면은 전투로 파괴되는 모습이어서 관광 효과도 크지 않다는 반박이 많았다.
또 당시 촬영 기간에 마포대교, 월드컵북로 등 도로가 통제됐고 촬영지를 경유하는 시내버스의 노선이 조정되면서 시민들이 겪은 불편을 고려하면 경제적 효과는 크지 않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이와 함께 영화진흥위원회의 '외국영상물 로케이션 인센티브 지원사업'의 하나로 선정된 '어벤저스2'는 국내 제작비 100억원 가운데 27억원을 되돌려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로케이션 지원사업은 한국 현지 촬영 제작비 가운데 20∼30%(현재 20∼25%)를 현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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