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대통령 트럼프 우회 비판…"보호주의 맞서 개방과 유대 강화해야"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미국과 멕시코가 국경장벽 건설 등을 놓고 갈등을 겪는 가운데 페루와 콜롬비아가 멕시코에 대한 지지입장을 표명했다고 엘 우니베르살 등 현지언론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페루 대통령은 중남미 경제 블록인 태평양동맹은 보호무역주의자의 수사라는 거친 바다를 항해하면서 시장을 개방하고 유대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배가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쿠친스키 대통령은 페루를 방문 중인 후안 마누엘 산토스 대통령과 함께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취임 직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ㆍ나프타) 재협상을 선언하고 국경장벽 건설 공약을 강행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그의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을 둔 보호무역주의 방침에 비판을 가한 것이다.
페루가 미국의 전통적인 우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불만의 목소리를 간접적으로 피력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개인적으로도 투자은행가 출신인 쿠친스키 대통령은 미국에서 상당 기간 체류한 친미파다.
멕시코를 비롯한 페루, 콜롬비아, 칠레는 무역 장벽을 제거하고 급성장하는 아시아태평양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자 2011년 태평양동맹을 결성했다.
쿠친스키 대통령은 "우리(태평양동맹) 중에 한 국가(멕시코)가 지금 자신이 유발하지 않은 심각한 어려움에 부닥쳤다"며 "우리는 이상과 많은 좋은 혜택을 준 세계 자유무역을 위해 함께 서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불법이민과 마약밀매를 막기 위해 남쪽에 국경장벽을 세우고 그 비용을 멕시코가 대도록 하겠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만성적인 대 멕시코 무역적자 등을 거론하며 멕시코산 제품에 고율의 국경세를 부과하고 자국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오래된 나프타를 손질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심지어 국경장벽 건설 비용 부담 주체 문제를 놓고 미국과 멕시코 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오는 31일로 예정됐던 양국 정상회담이 무산되기도 했다.
양국 정상이 전화통화를 통해 국경장벽 건설비용 문제를 당분간 공론화하지 않고 대화를 지속하기로 합의하면서 갈등이 잠시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었지만, 나중에 다시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산토스 대통령은 "세계에 불확실성의 구름이 끼었다"면서 "우리는 자유무역, 협정에 대한 존중, 다자간 협상을 통한 해법 도출 등 세계에 이롭게 작용해온 원칙들을 고수하기를 각국에 요청한다"고 말했다.
산토스 대통령은 지난 26일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과 통화했다. 이날은 '멕시코가 국경장벽 건설비용을 내지 않으려면 만나지 않는 게 낫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에 맞서 니에토 대통령이 미국 방문을 취소한 날이다.
쿠친스키 대통령은 "태평양동맹에 가입한 4개국의 시장은 2억 명에 달한다"면서 "4개국은 세계에 시장을 개방함으로써 경제 위기에서 벗어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론 세계 자유무역에는 비용이 들고 일자리 손실도 따르지만 이를 통해 얻는 혜택이 더 크다는 점은 명확하다"고 덧붙였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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