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이민법은 국적기준 차별 불허…"대통령엔 법 고쳐쓸 재량권 없다"
"트럼프, 신종 아시아금지구역 부활 원하는듯"
(뉴욕=연합뉴스) 김화영 특파원 = 무슬림 7개 국가에 대해 최소 90일간 비자발급과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내용의 새로운 미국 행정명령은 현행 이민법을 위반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카토연구소 산하 '세계 자유·번영센터' 소속의 이민정책 전문가 데이비드 비어는 28일(현지시간)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실은 '트럼프의 이민금지는 불법'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비어는 "미국 의회는 50년 이상 출신국에 따라 이민자를 차별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했다"며 이번 행정명령도 불법이라는 논리를 폈다.
그는 19세기 말 미국이 '아시아금지구역(Asiatic Barred Zone)'을 설정해 아시아인의 미국 이민을 불허하고, 1924년 이민 쿼터제를 통해 교묘하게 아시아, 아프리카, 동유럽 이민을 배척한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트럼프는 행정명령을 통해 신종 아시아금지구역의 부활을 원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1965년 당시 린든 존슨 대통령이 "가혹한 불평등은 철폐됐다"면서 이민법을 개정해 국적에 근거한 이민자 차별을 불법화하고, 모든 나라에 이민 쿼터를 공평하게 적용한 이후 미국에는 이런 기조가 이어져 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은 미국의 이해관계에 해롭다고 판단되는 외국인의 입국을 정지시킬 권한이 있다'는 내용의 1952년 법을 내세우고 있으나, 이는 폭넓게 적용될 성질이 아니라고 그는 지적했다.
의회가 이미 1965년 개정 이민법을 통해 대통령의 이 권한을 제한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사실을 무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을 비롯한 역대 대통령들이 '1952년 법'을 활용해 외국인의 미국 입국을 제한한 사례들은 많았지만, 어느 대통령도 단일 국적을 기준으로 입국금지령을 내리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비어는 트럼프 대통령이 비자발급과 미국 입국을 구분해, '비자는 주고 입국은 금지하는' 방식을 취하려 할 수 있으나 이 또한 앞뒤가 안 맞는다며 "미국 입국이 금지된 이민자는 합법적으로 비자를 받을 수 없다"고 반론했다.
비어는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어느 한 지역의 입국을 통째로 금지할 수 있다면 이는 '편견 없는 이민'이라는 의회의 견해를 사문(死文)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의회에 대한 도전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을 보였다.
이어 불법 이민자의 추방을 유예하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이민개혁 행정명령'도 법원에서 기각된 사실을 떠올리면서 "대통령에게는 재량권이 있을 수 있지만, 법을 고쳐 쓰는 재량권은 미국의 헌법체계 속에서는 없다"고 말했다.
quintet@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