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 미국 내 불법 체류자 추방을 둘러싸고 연방 정부와 불체자 보호도시(피난처 도시) 간의 힘겨루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피난처 도시가 더 안전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불체자 보호도시를 범죄의 온상이라고 지목하고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재정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발동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 한 번 머쓱해졌다.
28일(현지시간) 일간지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학 정치학과 교수인 톰 웡은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범죄 관련 자료를 분석해 이른바 불체자 보호도시가 그렇지 않은 도시보다 더 안전하다는 결과를 진보 싱크탱크인 미국진보센터에 공개했다.
워싱턴 D.C., 뉴욕,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을 대표하는 39개 도시와 364개 카운티(시를 묶은 행정구역) 등 400곳 이상의 지방자치단체가 '불체자 보호도시'를 선언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웡 교수는 2015년 범죄 자료를 분석했더니 광역 도시권 불체자 보호 카운티의 인구 10만 명당 범죄 건수가 그렇지 않은 카운티보다 654건이나 적었다고 소개했다. 전체 범죄율도 약 15%나 적었다고 한다.
이런 경향은 불체자 보호도시가 속한 소규모 카운티, 시골 지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중급 도시와 카운티, 대도시 인근 피난처 도시에선 범죄율이 약간 높았다고 웡 교수는 덧붙였다.
불체자 보호도시가 속한 카운티의 인구 10만 명당 범죄 건수 평균은 355건이었다.
웡 교수는 "조사 결과는 불체자 보호 카운티가 아주 기분 나쁜 우범 지역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준다"고 했다.
그러나 웡 교수는 단순히 불체자 보호도시라는 이유만으로 해당 도시가 스스로 안전함을 담보하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미국 불법 이민자들이 자신을 추방할 수도 있는 경찰에 협조하기를 꺼리면 범죄 신고율과 수사 협조율이 낮을 수도 있어서다.
미국 경찰 수장들도 이런 이유에서 강력한 불체자 단속에 우려를 표명했다.
전국 63개 대도시 경찰서장으로 구성된 '대도시경찰국장연합'은 "지역 경찰의 이민자 단속은 지역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경찰과 이민자 공동체 간의 신뢰와 협조를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결과 이민자를 겨냥한 범죄가 증가하고 침묵하는 희생자를 양산하며 범죄 해결 또는 테러 행위 방지에서 이민자들의 잠재적인 협조를 얻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경찰서장연합도 "범죄 신고와 수사 협조에서 합법·불법 이민자 모두를 위축시킬 수 있으므로 주(州)와 지역 경찰은 불법 이민 단속에 개입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웡 교수는 또 불체자 보호도시 카운티가 여타 카운티보다 수입은 높고 빈곤율은 낮은 경향을 보였다면서 "불체자 가정의 가장을 추방하면 그 가족의 경제력은 취약해질 것이고 이런 가정은 공공지원에 더 많이 기댈 수밖에 없다"면서 지역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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