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이민자 통제ㆍ마약밀매 협조말자"…美제품 불매운동 움직임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멕시코 때리기'에 멕시코인들이 하나로 뭉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중남미 이민자 통제와 마약밀매 등의 분야에서 미국에 협조하지 말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미국산 제품 불매운동으로 맞서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의 돈으로 국경장벽을 건설하고 대멕시코 무역적자를 거론하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ㆍ나프타) 재협상을 선언하는 등 멕시코를 향해 거침없는 공격을 하는 데 대한 반응이다.
28일(현지시간) 엘 우니베르살과 밀레니오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정치권을 중심으로 불법이민과 마약밀매 등을 단속하기 위해 멕시코에 파견된 미국 사법 당국 요원을 추방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펠리페 칼데론 전 대통령은 최근 트럼프의 반 멕시코 정책에 맞서기 위한 '맞불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칼데론은 "우리는 우리 땅에 파견된 미 사법 당국 요원을 포함해 미국의 안전 문제를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남미 이민자를 억류하는 것을 멈추고, 미국으로 향하는 마약밀매 트럭을 더는 검사하지 말자는 의견도 나왔다.
빈센테 폭스 전 대통령의 대변인이자 정치 컨설턴트로 활동하는 루벤 아길라르는 "멕시코는 지금까지 중미 이민자들이 미 국경에 도착하기 전에 막아왔다"면서 "이는 두 나라 우호 관계에 따른 자연스러운 조처였다"고 지적했다.
아길라르는 "멕시코가 미국을 향해 이제는 친구가 아니므로 앞으로는 중미 이민자들을 막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야 한다"며 "미국을 압박할 수 있는 하나의 카드가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장벽을 세워 마약을 실은 트럭을 막겠다면 우리는 트럭을 그냥 미국으로 보내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런 움직임은 "멕시코가 국경장벽 건설비용을 내지 않겠다면 차라리 만나지 않는 게 낫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맞서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위한 미국 방문을 취소한 이후 집중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소셜미디어와 일부 시민단체들 사이에서는 미국산 브랜드와 제품을 구매하지 말자는 의견이 확산하고 있다.
불매운동의 대상으로는 포드 자동차, 코카콜라, 맥도널드, 코스트코, 스타벅스 등이 거론되고 있다.
스타벅스를 운영하는 멕시코 음식점 체인업체 알세아는 부랴부랴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알세아는 "멕시코에 있는 스타벅스는 우리가 지분 100%를 가지고 있다"며 "지역민들에게 일자리 창출이라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불매운동은 트럼프 대통령의 '아메리칸 우선주의'에 맞선 또 다른 보호주의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멕시코 통신재벌인 카를로스 슬림은 "무조건 미국 기업이라 해당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면서 "대신 미국 기업이더라도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사야 한다"고 말했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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