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反이민은 反미국적" 쓴소리…이란감독 아카데미 불참

입력 2017-01-30 14:12  

할리우드 "反이민은 反미국적" 쓴소리…이란감독 아카데미 불참

"공항에 묶인 이들은 우리 모습의 일부" 배우조합 시상식서 비판 봇물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이 지구촌을 뒤흔든 가운데 할리우드에서도 비판적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할리우드 최대 시상식인 아카데미(오스카)상 후보에 오른 이란 감독은 입국이 거부될 가능성이 제기되자 시상식에 불참하겠다고 밝혔고, 아카데미상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미국 배우조합상 시상식에서는 트럼프에 대한 쓴소리가 이어졌다.

영화 '세일즈맨'으로 올해 아카데미상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른 이란 감독 아쉬가르 파르하디는 애초 시상식에 참석해 의견을 피력할 예정이었지만, 결국 불참 의사를 밝혔다고 AP통신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는 미국으로 여행할 수 있는 자신의 능력과 관련해 제기되는 불확실성을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자신에게 행정명령의 예외가 인정되더라도 다음 달 열리는 시상식은 불참하겠다고 말했다.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행정명령을 통해 입국과 비자 발급을 금지한 7개 국가 중 하나로, 파르하디 감독은 "이러한 부당한 상황이 이란인과 다른 6개 국가의 국민에게 강요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란과 미국의 강경파들을 비교하며 "이들은 자국민에게 다른 나라와 문화에 대한 비현실적이고 끔찍한 이미지만을 심어주려고 한다"며 다름을 의견 차이로, 의견 차이를 증오로, 증오를 두려움으로 만들려 한다고 비판했다.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A Separation)로 2012년 이란 영화 사상 처음으로 아카데미상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파르하디 감독은 신작 '세일즈맨'으로 작년 5월 프랑스 칸국제영화제 각본상을 받은 데 이어 올해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다.

아카데미상을 주관하는 미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이하 아카데미)도 앞서 "파르하디 감독과 '세일즈맨' 출연진·제작진이 종교나 출생국가를 이유로 입국 금지될 수 있다는 데 곤란함을 느낀다"며 반이민 행정명령에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이날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개막한 제23회 미국영화배우조합(SAG)상 시상식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대한 비난이 빗발쳤다.

코미디 부분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줄리아 루이스 드레이퍼스는 수상소감에서 반이민 조치에 대한 맹렬한 공격을 쏟아냈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나치 점령의 프랑스에서 탈출한 난민이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민자 금지 법안은 (미국의) 오점이다. 전혀 미국답지 않다"고 비난했다.

시상식 진행자였던 애슈턴 쿠처도 "공항에 있는 모든 사람은 나의 조국 미국에 속한다"며 "당신들은 우리가 누구인지 모습을 완성하는 일부다. 우리는 당신을 사랑하며 환영한다"고 밝혔다.


드라마 '빅뱅이론'의 배우 사이먼 헬버그는 "난민을 환영한다"는 피켓을 들고, 그의 아내인 배우 겸 감독 조슬린 타운은 몸에 "그들을 입국시켜라" 구호를 쓴 채로 레드카펫을 밟았다.

미국동서부작가조합도 이날 성명을 내고 반이민 행정명령은 "트럼프의 아주 반미국적인(un-ameican) 무슬림 금지조치"라고 비난했다.

조합은 "미국 연예계는 초창기 시절부터 이민자들의 상상력에 의해 구축됐다"며 "우리 조합은 다른 나라로부터 오는, 다양한 믿음을 가진 이들을 환영한다. 그들은 그들의 창의성을 미국과 함께 공유하고 싶어한다"고 밝혔다.

viv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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