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할리우드 SF영화에 등장하는 외계인 혹은 외계 생명체는 지구에 적대적인 존재로 주로 그려졌다.
지구 어린이들의 다정한 친구였던 'E.T'(1984)가 떠난 뒤 1990년대 들어 이런 경향은 강해졌다. '인디펜던스 데이'(1996), '스타쉽 트루퍼스'(1997), '우주전쟁'(2005) 등은 모두 외계인이 지구를 공격하는 이야기다.
그런 면에서 다음 달 2일 개봉하는 '컨택트'는 외계인이 등장하는 기존 SF영화들과 전혀 다르다. 전쟁이 아니라 소통이 주제다. 생경한 언어를 지닌 생명체 혹은 문명이 서로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소통하고 교감하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사람들은 대체로 상대가 적인지, 아군인지 모를 때 일단 방어태세부터 갖추고 본다. 그러나 소통이 이뤄지고 상대의 진심을 알게 되면 조금씩 마음의 문을 허물고 서로 함께 사는 길을 모색한다.
'컨택트'는 인간과 외계인의 조우를 소재로 했지만, 사실 굳이 외계인이 아니더라도 그 자리에 다른 가족 구성원이나 타인, 다른 국가를 넣어도 무리가 없다. 소통의 문제는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세계 각 지역에 거대한 타원형의 외계 비행물체 12기가 찾아온다.
이들은 의문의 신호를 보내고, 18시간마다 한 번씩 문을 열어 지구인을 비행물체 안으로 불러들인다.
세계 각국은 신호를 해독하느라 비상이 걸리고, 미국은 언어학자 루이스(에이미 애덤스)와 물리학자 이안(제러미 레너)을 차출해 신호 해독에 나선다.
영화의 얼개는 단순하지만, 내용을 이해하기란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현실과 회상을 수시로 오가는 데다, 때때로 시간을 뛰어넘는 전개가 펼쳐진다. 시각적으로 구현된 외계의 낯선 언어를 보면서 루이스처럼 상상력을 발휘해 '무슨 뜻일까?' 고민하게도 된다.
SF영화인 만큼 외계인의 모습이 관심사다. 거대한 비행물체 안의 투명 벽 넘어 공간에 있는 외계 생명체는 7개의 다리를 가졌다. 겉모습이 흡사 문어나 오징어를 연상케 한다. 이들은 고래처럼 소리를 내고, 다리 끝 빨판에서 먹물을 뿜어내 추상적인 기호를 만들며 의사소통을 한다. 이안은 이 외계 생명체에 헵타포드(Heptapod·일곱 개의 다리)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이들이 먹물로 만들어내는 문자는 검은 원형을 기본으로 하되, 의미에 따라 조금씩 바뀐다.
루이스는 이들이 왜 지구에 왔는지 알아내기 위해 정공법을 택한다. 이들의 본심을 오해하지 않게 시간이 걸리더라도 영어를 가르치기로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루이스는 그들의 언어도 배운다. 서로의 언어를 배우는 과정은 어린아이가 말과 글을 배우는 과정과 비슷하다. 루이스는 희소병으로 세상을 먼저 떠난 자신의 딸과 생전에 나눴던 대화를 떠올리며 외계어의 의미를 찾는데 힌트를 얻는다.
'시카리오:암살자의 도시'(2015) , '프리즈너스'(2013)를 연출한 드니 빌뇌브 감독의 첫 SF영화로, 미국 과학소설 작가인 테드 창의 소설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스크린에 옮겼다.
'컨택트'는 다음 달 26일(미국 현지시간) 열리는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등 8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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