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전화 통화를 하고, 한미동맹을 한층 더 강화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황 권한대행과 트럼트 대통령은 또 북핵 대응,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 주요 안보현안들에 대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이 황 권한대행과 통화를 한 것은 처음이다. 이번 통화가 한국을 첫 방문국으로 선택한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의 방한을 사흘 앞두고 이뤄진 점도 주목된다. 새 미국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짐작하게 한다.
총리실에 따르면 황 권한대행은 30여 분간 이어진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 등 새 행정부 인사들이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동맹 발전의 의지를 표명해온 것을 높이 평가한 뒤 "60여 년 간 군사·안보와 경제·글로벌파트너십의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성장한 한·미동맹을 더 강화시키자"고 제안했다. 황 권한대행은 또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면서 위협 수위를 높여가고 있음을 지적하고 "북한이 도발할 경우 한미동맹에 기반한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고"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언제나 미국은 100% 한국과 함께 할 것이며 한·미 관계는 과거 어느 때보다 좋을 것"이라면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방한을 계기로 양국 동맹의 연합방위능력 강화와 북핵 공조에 대해 긴밀한 협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백악관도 "확장억제나 전면적인 군사능력을 동원해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겠다는 굳건한 약속을,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한번 강조했다"고 전했다. '확장억제'란 한국이 북한의 핵 공격 위협을 받을 경우 미국은 핵우산, 미사일방어체계, 재래식 무기 등을 동원해 미 본토와 같은 수준의 핵 억제력을 제공한다는 뜻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미동맹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바탕으로 이를 더 강화하겠다는 정책의 기본 틀을 재확인한 것"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으로 한미동맹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는 기우"라고 말했다.
이처럼 한미 양국이 공고한 동맹관계를 재확인한 것은, 현재 한국이 겪고 있는 헌정위기와 관련해 우선 주목된다. 한국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대통령 탄핵소추로 국정 공백의 위기에 노출돼 있지만 국가안보 측면에서는 어떤 허점도 보이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강력한 대북 경고 메시지가 될 것은 물론이다. 한때 트럼프 정부의 정책 방향을 관망하는 듯했던 북한은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위협을 잇따라 제기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ICBM 발사 준비가 마감 단계"라고 주장했고, 이달 초순에는 북한이 이동발사식 ICBM 2기를 제작한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한민구 국방장관이 설 연휴 첫날인 27일 정경두 공참총장 등 군 수뇌부를 이끌고 수도권의 패트리엇 미사일 포대를 시찰한 것도 북한의 이런 동향과 무관치 않을 것 같다. 한 장관은 이날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우리에게 가장 직접적이고 실체적인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한국, 일본 등 아시아 동맹이, 버는 돈에 비해 방위비를 적게 분담한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방위비 분담금 재조정이 잘 되지 않으면 미군을 철수할 수도 있다고 말해 적지 않은 논란과 우려를 낳았다. 다행히 황 권한대행과의 통화 내용과 매티스 장관의 방한 일정 등을 보면 그런 의구심과 불안심리를 해소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아직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시작되지 않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한미동맹의 현실적 의미와 안보적 가치에 대한 공감대이다. 중심축이 흔들리지 않는 한 얼마든지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절충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국가안보에 관한 한 한치의 '빈틈'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북핵이라는 '직접적이고 실체적인 위협'이 상존하는 한반도 안보환경에서는 더욱 그렇다. 정부가 작금의 대통령 탄핵 국면에 흔들리지 말고 철저한 대비 태세를 견지하기 바란다. 한미 동맹관계의 치밀한 관리는 그런 의미에서 더할 수 없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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