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자국에도 불똥이 예상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 이민정책에 동조하고 나섰다.
31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주말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대해 "이해하고 존중한다"고 밝혔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 대선 다음 달인 작년 12월 전화통화에서 필리핀의 '마약과의 전쟁'과 관련, 미개입과 지지 입장을 밝힌 것을 상기시키며 "그가 자신의 국가를 보호하려는 정책을 펴고자 한다면 이해하고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버락 오바마 전임 미 대통령이 필리핀의 마약 유혈소탕전을 인권 유린이라고 비판한 것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 데 대한 화답으로 보인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미국에 불법 체류하는 자국민을 향해 "(비자 기한보다) 오래 머무르고 있다면 나오라"며 "붙잡혀 추방돼도 나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다만 트럼프의 행정명령으로 미국 입국이 거절되는 이슬람교도에게 의회가 동의한다면 피난처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필리핀의 해외 근로자 약 1천만 명(2013년 기준) 가운데 350만 명가량이 미국에서 일하고 있으며 일부는 불법 체류자다. 트럼프 정부가 불법 이민자 추방에 본격적으로 나서면 현지 필리핀 근로자뿐만 아니라 필리핀 경제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트라 마닐라무역관에 따르면 2015년 미국에 있는 필리핀 근로자가 자국에 보낸 돈은 전체 해외근로자 송금액 258억 달러(약 30조1천억 원)의 31%를 차지하고 필리핀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7%에 해당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필리핀 정부는 트럼프 정부의 반이민 정책과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부정적 영향은 중국, 러시아 등과의 관계 개선과 경제협력 확대로 상쇄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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