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폰에 구글 안드로이드 7.0·웨어 2.0·어시스턴트 최초 탑재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관계지만 소프트웨어 자립 저해 지적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최근 LG전자[066570]의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가 구글의 새 모바일 운영체제(OS)와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선도적으로 채택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31일 IT 업계에 따르면 LG전자가 다음 달 26일 공개하는 전략 스마트폰 G6에는 '구글 어시스턴트'가 탑재된다.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대화형 가상비서 서비스다.
구글 어시스턴트를 탑재한 스마트폰은 구글이 지난해 주도적으로 기획·생산한 픽셀과 픽셀XL에 이어 G6가 처음이다. 구글이 자사 핵심 서비스를 LG전자에 세계 최초로 내어준 셈이다.
구글과 LG전자의 긴밀한 협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LG전자는 작년 9월 출시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V20에 구글의 최신 모바일 OS인 안드로이드 7.0 누가를 세계 최초로 탑재했다. 이 OS 덕분에 V20에서는 애플리케이션 콘텐츠를 통합 검색하는 '인앱스'(In Apps) 기능이 가능했다.
삼성전자[005930]가 작년 3월 출시한 갤럭시S7과 갤럭시S7엣지의 OS를 이달 20일에야 마시멜로에서 누가로 뒤늦게 업데이트할 수 있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LG전자는 또 다음 달 초 출시할 새 스마트워치 'LG워치 스포츠'와 'LG워치 스타일'에 구글의 최신 웨어러블 전용 OS인 안드로이드 웨어 2.0을 세계 최초로 탑재할 예정이다.
이 OS는 구글이 지난해 5월 연례 개발자 회의 '구글 I/O 2016'에서 처음 소개한 것으로, 스마트폰 없이 독립적으로 앱을 구동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와 구글이 워낙 가깝게 지내다 보니 업계 안팎에서는 구글이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부문(MC 사업본부)을 전격 인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종종 제기된다.
마침 MC 사업본부가 잇단 영업손실로 LG전자 전체 실적에 부담을 주는 상황이지만, LG전자는 MC 사업본부 매각설이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다.
두 회사는 현재로썬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관계로 볼 수 있다.
우선 LG전자는 구글의 최신 OS와 서비스를 들여와 모바일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다.
특히 이번에 G6에 탑재되는 구글 어시스턴트는 애플의 '시리'(Siri), 삼성전자의 '빅스비'(Bixby) 등 AI 가상비서가 트렌드를 이루는 와중에 LG전자에 천군만마와 같은 서비스로 평가된다.
웬만한 중저가폰이 프리미엄급 성능을 갖추면서 스마트폰 차별점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넘어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구글과의 협업은 LG전자에 더 보탬이 된다.
구글에도 LG전자는 나름 필요한 존재다.
구글이 자사 최신 OS와 서비스를 출시 초반 어느 정도 기술력이 되는 모바일 기기에서 시험하고 안정화, 최적화하기에 LG전자 제품만 한 것도 없다.
LG전자는 세계 최대 프리미엄폰 시장인 북미 지역에서 점유율 15% 이상으로, 삼성전자, 애플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와의 접점도 상당히 넓은 편이다.
더구나 삼성전자가 자체 제작한 OS '타이젠'과 가상비서 빅스비로 구글과 점차 경쟁 관계를 형성하는 데 반해, LG전자는 구글과 대립각을 세울 일도 거의 없다.
이런 상호보완적인 관계 덕분에 두 회사의 긴밀한 협업은 계속될 전망이다.
다만, 장기적으로 구글과의 협업이 LG전자에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글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 결국 LG전자의 소프트웨어 기술 자립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 전자회사 관계자는 "LG전자와 구글이 언제까지 친하게 지낼지 알 수 없다"며 "구글의 도움은 LG전자에 양날의 칼 같은 것일 수 있다. LG전자는 구글의 역습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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