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방글라데시 정부가 미얀마군의 '인종 청소'를 피해 국경을 넘은 수만명의 로힝야족 난민들을 해적이 들끓고 홍수가 빈발하는 외딴섬에 가두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31일 AFP통신과 BBC 등 외신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정부는 로힝야족 난민의 신원확인 및 이주 작업을 추진할 위원회를 구성하고, 당국에 관련 업무 지원을 지시했다.
방글라데시 내각청이 온라인에 공개한 명령에 따르면 이 위원회는 등록 및 미등록 난민을 미얀마로 송환하기에 앞서 남동부 노아칼리 지구의 하티야섬 인근 텐가르 차르로 이주시키는 업무를 지원한다.
텐가르 차르는 매그나 강의 퇴적물이 쌓여 형성된 일종의 '하중도'로 지도상에도 나타나지 않은 섬이다. 로힝야족 난민이 수용된 콕스 바자르의 난민촌에서는 9시간 거리에 있다.
이런 무인도에 난민을 이주시킨다는 계획에 대해 현지 관리들은 무리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인근 해상에 파도가 높아 겨울철에만 접근할 수 있어서 해적들이 들끓는데다, 몬순 강우가 시작되면 홍수가 빈발해 사람이 살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정부 관리는 "몬순 기간에는 완전히 물에 잠기는 곳이다. 사람을 그곳에 보낸다는 건 끔찍한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방글라데시는 이미 지난 2015년에도 난민들을 이곳으로 이주시키려했으나, 난민과 유엔기구 등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방글라데시 콕스 바자르 등의 난민촌에는 이미 23만명에 이르는 로힝야족 난민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대부분 불교도가 주류인 미얀마에서 핍박과 차별을 당하다가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은 사람들이다.
그러나 방글라데시 정부는 국경을 넘는 난민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을 우려해 극히 일부인 2만9천여 명에게만 난민 등록을 허용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0월 미얀마군이 경찰초소를 습격한 무장세력 토벌을 빌미로 로힝야족 거주지인 서부 라카인주(州) 마웅토 등에서 대규모 군사작전을 벌이면서, 국경을 넘는 난민 수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UN OCHA)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후 최근까지 방글라데시에 새로 들어온 로힝야족 난민은 6만5천 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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