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반기문…'개헌 결사체'로 지지율 반등할까(종합)

입력 2017-01-31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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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반기문…'개헌 결사체'로 지지율 반등할까(종합)

'대선 전 개헌'으로 빅텐트 모집…"옵션 중 '정치결사체' 강력히 생각"

'정체성 딜레마' 여전…여권 "보수후보 명확히" 야권 "그러면 같이못가"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자신의 향후 행보를 놓고 갈림길에 섰다.

전날까지 '정치 지도자'들과의 1차 연쇄 회동을 마친 반 전 총장으로선 자신의 정치적 좌표를 예전보다 뚜렷이 설정해야 할 시점이 됐기 때문이다.

반 전 총장은 기성 정당에 속하지 않은 '중간지대'에 머무르면서 개헌과 패권주의 척결을 기치로 여야 정치인들을 아우르겠다는 구상을 보여 왔다.

그러나 지지율이 약보합세를 보이며 1위 주자와의 격차가 벌어진 상황을 뒤집기에 이 같은 입장은 다소 모호하다는 지적이 안팎에서 제기된 것이다.

진보·보수의 이분법에 갇히지 않겠다며 자신을 "진보적 보수주의자"라고 했지만, 정치성향을 숨기는 '외교적 수사'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반 전 총장은 31일 오후 마포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모든 정당·정파 대표들이 참여한 '개헌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개헌을 고리로 한 '빅텐트'를 거듭 강조한 것이다. 기성 정당 입당, 신당 창당, 느슨한 형태의 정치결사체 결성 등 빅텐트의 구체적 형태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이와 관련, 반 전 총장의 핵심 측근인 김숙 전 주(駐)유엔 대사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여러 옵션 중 정치결사체를 가장 강력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분간 입당이나 신당 창당보다는 '중간지대'의 결사체 형태로 여러 진영의 정치인을 두루 규합하고 나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에 맞설 전선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럼에도 반 전 총장은 '이쪽이냐 저쪽인지 명확히 하라'는 요구에 직면한 상태다. 범여권은 '보수후보'를 천명하라고, 야권은 '보수와 단절하라'고 압박한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정치를 하겠다면 누구와 어떤 정치를 하겠다는 것인지 국민 앞에 밝힐 의무가 있다"며 반 전 총장에 '보수후보 단일화'를 촉구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반 전 총장을 두고 "어떤 경우에도 정치는 정체성과 지향하는 이념 및 목표가 같아야지 이질 분자가 같이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이 정치적 연대를 모색할 대상으로 꼽히는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에서 일제히 그에게 피아(彼我) 식별을 요구한 셈이다.

반 전 총장의 주변에도 이런 인식이 없지는 않다. 한 관계자는 "중간에서 양쪽을 끌어당기겠다는 전략은 현재의 지지율로는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문 전 대표에 맞설 만한 전력을 갖추는 게 먼저이고,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등 야권 인사들을 끌어오는 것은 나중이라는 주장도 있다.

다른 관계자는 "'반(反) 문재인'이라는 네거티브 구호만으로 대선을 이길 수 없다"며 "흡인력 있는 철학과 비전, 무엇보다 세력이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현재의 '마포팀'으로는 선거를 치를 수 없는 만큼 하루빨리 캠프 조직을 정비하고 정치권의 인재를 영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 전 총장은 실제로 이르면 이번 주 중 캠프 진용을 꾸리고 사무실도 여의도로 확대 이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 전 총장이 다음 달 1일 바른정당과 새누리당을 연쇄 방문하는 것도 '정치인 영입'을 위해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반 전 총장이 깃발을 든 '개헌 결사체'에 모여들 정치인의 규모에 따라 설(說)이 분분한 '텐트'의 규모도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zhe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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