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찬반시위' 앞마당 가로질러 떠난 박한철 헌재소장

입력 2017-01-31 13:19  

'탄핵 찬반시위' 앞마당 가로질러 떠난 박한철 헌재소장

헌재 "위기 시점에 취임해 다사다난한 6년" 자평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탄핵무효!, 탄핵기각!"

퇴임 사진을 찍기 위해 헌법재판소 앞마당에 선 박한철 소장의 귀에도 정문 앞 박근혜 대통령 지지자들의 구호가 또렷이 들렸다. 정문 도로 맞은편에는 조속한 탄핵 인용을 촉구하는 시위대 몇 명이 질세라 맞불 함성을 질렀다.

박 소장은 이들의 고성을 잠시 의식한 듯하다가 이내 평상심을 되찾고 동료 헌법재판관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눈 뒤 포토라인 앞에서 미소를 지었다.

촬영이 끝난 뒤 박 소장은 검정 관용차를 타고 시위대 사이를 가로질러 헌재를 떠났다. 나머지 8명의재판관 중 몇몇은 시위대를 물끄러미 쳐다보다 청사로 되돌아왔다.

31일 오전 11시 헌재 대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박 소장은 대통령 탄핵심판이라는 대형 사건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떠나는 데 대한 착잡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이제 남은 분들에게 어려운 책무를 부득이 넘기고 떠나게 돼 마음이 매우 무겁다"고 토로했다. 퇴임사를 읽는 도중 목소리가 가라앉아 소리를 내 목청을 가다듬기도 했다.

실제로 박 소장은 박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 큰 애착을 보였다고 한다. 임기 중 끝내지 못할 가능성에도 그는 매일 밤 두꺼운 사건 기록을 집으로 들고 가 밤늦도록 숙독하고 재판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임 중 3차례나 안경을 바꿀 만큼 눈을 혹사했지만, 특히 탄핵심판 진행 도중엔 한쪽 눈이 퉁퉁 부은 채로 법정에 나오기도 했다.

헌재는 5대 소장인 그가 이끈 '5기 재판부'의 성과를 소개하는 동영상에서 박 소장이 "헌재의 신뢰가 흔들리는 '절망의 시기'에 취임해 다사다난한 6년을 보냈다"고 말했다.

또 이번 대통령 탄핵심판과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언급하며 "헌재 개소 이래로 헌재 권한을 모두 심판한 첫 재판부"라고 '역사적 의의'를 자체 평가했다.

bangh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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