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간 대리전으로 치러진 터키 교량수주전…결국 韓 승리

입력 2017-01-31 15:08  

韓日간 대리전으로 치러진 터키 교량수주전…결국 韓 승리

"국내 건설사 협력·정부 지원이 일궈낸 성과"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대림산업[000210]과 SK건설 컨소시엄이 최근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따낸 터키 차나칼레 현수교 프로젝트는 수주 경쟁이 사실상 한국과 일본의 국가 간 대리전 양상으로 전개돼 관심을 끌었다.

3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림산업과 SK건설 컨소시엄은 지난 27일 터키 다르다넬스해협 현수교(차나칼레 현수교) 프로젝트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 위해 막판까지 일본 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세계 최장' 차나칼레 현수교 프로젝트는 차나칼레주(州)의 랍세키와 겔리볼루(갈리폴리)를 연결하는 3.7㎞ 길이 현수교와 연결도로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전 세계 24개 업체가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대림산업, SK건설은 터키의 리마크·야프메르케지 2개사와 컨소시엄을 꾸려 초반부터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으나 이토추(伊藤忠)와 IHI 등 일본 업체가 정부의 지원을 업고 맞서면서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일본은 아베 신조 총리가 수주를 진두지휘하고 입찰이 마감되기 직전에는 이시이 게이이치(石井啓一) 국토교통상까지 터키로 보내 정부 차원에서 팔을 걷어붙이고 수주 지원에 나섰다.

이에 지난 2013년 일본을 상대로 한 터키 제2원자력발전소 공사 수주전에서의 패배를 설욕하고자 우리 정부도 국내 건설사들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지난해 중반 터키 현지에서 진행된 대림산업의 예비타당성 조사에 국토교통부가 4억원을 지원했고 탄핵 정국 속에서도 지난해 말 국토부 담당 국장을 현지로 파견해 지원토록 했다.

입찰 과정에서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 등은 우리 건설사들이 자금 조달 과정에서 일본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도록 터키 현지 시중은행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빌려주기로 했다.

이러한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대림산업과 SK건설 컨소시엄은 입찰에서 16년 2개월이라는 최단 운영 기간을 제시해 유력 경쟁자들을 제칠 수 있었다.

대림산업은 세계에서 6번째로 현수교 자체 시공 기술을 보유하는 등 교량 사업 경험이 풍부하고, SK건설은 최근 유라시아 해저터널 공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확보한 현지 네트워크와 터키에서의 공사 수행 경험이 있다는 점도 수주전 승리에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사업은 민간투자방식(BOT)으로 진행돼 단순 도급으로 공사비만 받는 게 아니라 대림산업과 SK건설 컨소시엄이 자금을 조달해 차나칼레 현수교를 건설한 뒤 16년 2개월여간 최소운영수익을 보장받으면서 운영까지 맡게 된다.

건설업계는 국내 건설사들이 저가·출혈 경쟁에서 벗어나 서로의 강점을 살려 협력했고 정부의 지원까지 어우러져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를 두고 있다.

한 해외건설업계 관계자는 "우리 기업들이 각자의 강점을 잘 살려 협력했고 여기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면서 일본과의 경쟁에서 승전고를 울릴 수 있었다"며 "저가수주 경쟁에서 벗어나 자금 조달까지 책임지는 민간투자 방식의 수주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기존 해외건설 수주에서 한 단계 나아간 것"이라고 평가했다.

mong0716@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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