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세계와 담쌓고 '마이웨이'를 폭주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구촌을 뒤흔들고 있다. 초강대국 지도자의 이런 움직임은 세계를 더 위험하고 불안하게 만들 뿐이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27일(이하 현지시간) 서명한 반(反)이민 행정명령의 파장이 크다. 일순간에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렸고, 미국 사회에서도 분열 양상이 극심해졌다.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는 행정명령에 이어 극단적인 반이민 정책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적 행보는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의 역사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는 비판이 미국 안팎에서 나온다
반이민 행정명령은 이라크와 시리아, 이란, 수단, 리비아, 소말리아, 예멘 등 7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90일 간 금지하고, 난민의 미국 입국프로그램을 120일 간 중단하는 내용이다. 이 행정명령 발동으로 이슬람교도의 미국행 비행기 탑승과 미국 공항을 통한 입국이 거부되는 사례가 속출했다. 잠재적 테러 위험 때문에 입국을 금지한다고 했지만 오히려 세계적으로 반미감정을 부추겨 더 큰 테러를 유발할 것이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미국 내 반발은 더 거세다. 트럼프의 이민정책에 반대하는 성명을 낸 16개 주 법무장관 중 워싱턴 주 법무장관은 30일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 서명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소송을 냈다. 소송은 다른 주로 확산할 조짐이다. 국무부 소속 외교관 100여 명이 집단 반발하는 한편 법무부도 행정명령과 관련된 소송에서 "정부를 변호하지 않겠다"며 반기를 들었다. 업계의 반발도 확산해 친(親) 트럼프 기업으로 알려진 골드만삭스의 최고경영자(CEO)마저 직원들에게 보낸 음성 메일에서 트럼프 이민정책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대변인 성명을 통해 "신념과 종교를 이유로 개인을 차별한다는 개념에 근본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트럼프는 한 발도 물러나지 않을 기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반이민 행정명령에 반기를 든 법무부 장관 대행을 즉각 경질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번 조치는 미국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면서 외교관들을 겨냥해 "행정명령에 따르든지, 나가든지 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리도 이번 사태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수는 없다. 이 정책의 불똥이 언제든지 튈 수 있다. 미국 내 한인 불법체류자는 2011년 현재 23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정부가 불법 이민자 단속과 추방에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한인 불체자도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트럼프가 서명한 행정명령에는 불법 이민자를 체포하지 않고 보호하는 이른바 '피난처 도시'에 연방재정 지원을 중단하는 내용도 있다. 외교부는 31일 대변인 정례브리핑에서 "미국 체류 우리 국민, 특히 약 23만 명에 달하는 불법체류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필요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경주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식 반이민 정책의 파장을 예의 주시하면서 시의적절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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