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표현 혼용은 서로 모순…헌법에 어긋난 내용 가르치나"
(서울=연합뉴스) 설승은 기자 = 교육부가 검정 역사·한국사 교과서 집필 기준과 국정 교과서 최종본을 발표하자 교육계가 한목소리로 교육 현장의 혼란 가중을 우려했다.
교육부는 그동안 건국절 사관 논란을 부른 '대한민국 수립' 표현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 표현을 모두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는 새 검정 교과서 집필 기준을 31일 발표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논란이 됐던 건국절 부분을 국정 교과서에는 그대로 두고 검정 교과서에는 '정부 수립'으로도 표현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오히려 혼란을 부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교총은 "어떤 교과서를 배우냐에 따라 대한민국에 대한 정체성과 역사적인 인식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교육적으로나 국민적으로나 혼선이 우려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우 전국역사교사모임 대표는 "'대한민국 수립'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 표현을 모두 쓸 수 있게 한 것은 교육부가 국민들과 역사학자들이 반대한 우편향·뉴라이트적 교육과정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상당히 실망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현장 검토본과 비교해본 결과 최종본에는 아직도 오류가 수두룩 하다"면서 "교육부가 국정 교과서 최종본 공개를 강행한 것은 역사 교과서에 대한 국민적인 불만과 지적 여론 반대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신성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참교육실장은 "대한민국 수립과 정부 수립을 모두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며 "헌법 전문에 대한민국이 1919년 수립됐다고 나와 있는데 이를 부정한 내용을 가르쳐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학교 현장의 혼란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국정 교과서는 여전히 수백개의 오류가 남아있는 등 여전히 함량 미달"이라며 "이런 부실 교과서로 가르치고 시험을 보게 되면 오류로 인한 학교 현장의 혼란이 커지고 교사와 학생의 불만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교조도 국정교과서 폐기를 촉구하면서 "이번에 공개된 최종본은 완성본이 아닌 실험본"이라며 "수능을 봐야 할 학생들이 실험실의 쥐도 아니고 이들을 상대로 실험할 것이 아니라 완성된 교과서로 가르쳐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신 실장은 "교과서 내용을 논하기 이전에 박근혜 정부가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 교육 정책을 1년 만에 밀어붙이는 등 절차가 잘못됐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교육부가 무슨 자격으로 탄핵된 정부가 강행한 정책을 밀어붙이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일단 국정교과서 정책을 연기하고 편향성 지적을 받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을 다시 새로 만들어야 한다"며 "이후 내년 검정 교과서를, 2019년 국정교과서 적용을 해도 빠듯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교총은 "앞으로는 검정교과서가 제 일정에 발행되도록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며 "역사교과서로 인한 더 이상의 혼란을 막기 위해 교육부 장관과 각 교육감이 만나 대승적 차원에서 대화와 협의를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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