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고은의 참새방앗간]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서

입력 2017-02-01 09:00   수정 2017-02-01 11:11

[윤고은의 참새방앗간]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서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누군가는 사라져 가는 기억을 목놓아 찾는데, 누군가는 멀쩡한 기억을 놓쳐버렸다고 목청껏 주장한다.

한쪽에서는 소중한 사람의 이름을 잊어버릴세라 계속 불러도 보고 손바닥에도 적어보지만, 한쪽에서는 오랜 기간 끈끈한 '이익 공동체'였음에도 안면조차 없었던 것처럼 고개를 돌려버린다.

드라마와 현실의 차이라지만 그 간극은 자석의 N극과 S극이다.




'망각은 신의 배려'라고 화제의 드라마 '도깨비'는 주장했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았을 때의 얘기다.

관계와 관계가 얽힌 인간 사회에서 일방적인 망각은 폭력에 지나지 않는다.

희한하게도 기억상실증에 걸렸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어제까지 멀쩡하게 살다가, 갑자기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뉴스에 매일같이 오르내리는 '주요 등장인물'들이 모두 기억상실증을 주장한다. 그 일방적인 통고에 수천만 명이 뒷목을 잡고 가슴을 친다.

드라마 '도깨비'의 도깨비와 '푸른 바다의 전설'의 인어는 자신이 떠난 후 남겨진 사람들을 배려하여 그들의 기억을 지웠다. 자신들에 얽힌 기억만 콕콕 집어내어 삭제 버튼을 눌렀다.

요즘 만났다 하면 으르렁 대기 바쁜 한-중-일이 모처럼 공감대를 형성한 재패니메이션 '너의 이름은'도 그런 점에서 이 두 드라마와 공통분모를 이룬다.





시공간을 뛰어넘어 인연의 끈으로 연결된 주인공 남녀는 상대방의 이름과 존재를 잊지 않기 위해, 기억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기억은 결국 사라져버렸다.

여기서 포인트는, 멀쩡한 기억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은 이처럼 판타지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는 점이다. 현실에서는 '치매'가 있는데 이 경우 기억이 서서히 사라진다. 간혹 뇌에 충격을 받아 단기성 기억상실증이 생기기도 하지만 대부분 기억을 회복한다고 전문의들은 말한다.

그렇다면 요즘 뉴스의 주요 등장인물들은 자신들이 모두 판타지 드라마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연기만 잘하면 사람들이 다 믿어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이들이 간과하는 게 있다. '도깨비'도, '푸른 바다의 전설'도, '너의 이름은'도 결국 모두가 기억을 되찾았다는 점이다.

잃어버린 기억에 대한 주인공들의 간절함과 여기저기 남겨진, 지나간 시간에 대한 증거들이 모이고 모여 결국 도깨비의 마법을 깼다. 인간의 강렬한 의지로 초월적 존재들이 쳐 놓은 기억 상실의 '결계'가 보기 좋게 깨져버린 것이다. 만일, 기억 상실인 채로 막을 내렸다면 악플이 쏟아졌을 듯하다.

같은 문법으로, 현실에서도 사라진 기억들이 하루속히 돌아오길 기대한다. 광장의 간절한 바람이 모이고, 흩어졌던 증거의 퍼즐들이 하나둘씩 맞아떨어져 '그들'의 알량한 기억상실증이 신속하게 치유되길 고대한다.





prett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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