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영이·암매장 의붓딸 예비소집 불참…학대·방임 가능성 배제 못해
충북 예비소집 불참 22명 중 7명만 확인…15명 지자체와 소재 파악중
(전국종합=연합뉴스) 박재천 기자 = 입학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교육당국과 일선 초·중학교가 예비 신입생들의 안전 문제로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정당한 사유 없이 미취학하거나 무단결석하는 아이들이 있으면 즉각 소재와 안전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소재가 파악되지 않거나 안전 우려가 있으면 경찰에 수사도 의뢰해야 한다.
지난해 초 우리사회는 부천 초등생 아들 시신훼손 사건, 평택 원영이 사건, 청주 4살 의붓딸 암매장 사건 등 끔찍한 아동학대 범죄로 큰 충격에 빠졌다.
정상적이라면 모두 초등학교에 다닐 아이들이었지만, 꽃도 피우지 못한 채 가정 내 학대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부천 초등생은 장기결석 상태인 2012년 10월 아버지의 학대로 변을 당한 뒤에도 학교에서 정원 외 관리됐고, 청주 의붓딸은 2011년 12월 친모의 학대를 받아 숨졌는데도 2014년 친모의 허위 입학 의사 표시로 입학 처리된 뒤 역시 장기결석으로 정원 외 관리된 경우다.
이들 사건으로 교육당국의 부실한 학생 관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
원영이는 작년 취학 예정자였지만, 그해 1월 신입생 예비소집에 가지 못했고, 계모의 학대로 숨을 거둔 아이다.
교육부는 아동학대 범죄 예방과 대처를 위해 2∼4월 5년 이내 초·중학교 미취학 아동과 3년 이내 장기결석 중학생 2천892명으로 대상으로 조사를 벌여 35명이 정서적 학대나 교육적 방임 등을 당한 사실을 확인하기도 했다.
교육부는 부천 초등생 아들 시신훼손 사건 이후 미취학·무단결석 관련 매뉴얼을 만들고 관련 제도 정비에 나섰다.
입학 후 2일 내 미취학 및 이틀 이상 무단결석 시 학생의 출석을 독려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경우 지자체와 경찰의 협조를 구해 가정을 방문하거나 보호자에게 학교 방문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미취학 아동의 소재를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학교장이 직접 행정정보 공동이용망을 이용해 주민등록 전산 정보자료나 출입국 사실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시·도교육청에 취학관리 전담 기구를 설치하고, 취학 의무의 면제·유예 결정 등을 위해 초·중학교에 의무교육관리위원회도 두도록 했다.
이런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 사항은 오는 3월부터 적용된다.
물론 미취학·무단결석 아동의 소재·안전이 확인되지 않거나 보호자가 면담에 응하지 않으면 수사 대상이다.
전국 시·도교육청은 개정 시행령을 토대로 각 지역에 실정에 맞는 세부 지침을 마련 중이다. 충북교육청은 '의무교육 단계 아동·학생 취학이행 지침'을 만들었다.
그러나 초등학교 예비소집에 응하지 않은 아이에 대한 관리 지침은 없다.
1일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지난달 4∼6일 초등학교 취학예정자 예비소집을 진행한 결과 22명이 연락 없이 예비소집에 나오지 않았다.
이 아이들 모두에게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닐 수 있다. 해외 출국, 여행, 이사, 홈스쿨링, 대안학교 입학 예정 등 각종 사유로 예비소집에 오지 않았을 수 있다. 반대로 원영이나 암매장된 의붓딸처럼 예상치 못했던 변을 당했을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뚜렷한 대응 매뉴얼이 없다고 해서 입학 때까지 손을 쓰지 않고 마냥 기다리다가는 미취학 가능성을 알고도 방관했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도교육청이 해당 학교들에 소재 파악을 주문한 결과 7명은 예정대로 취학하거나 다른 학교에 입학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15명은 학교 측이 지자체와 연계해 소재를 파악 중이다.
급한 마음에 경찰에 소재 파악을 의뢰했거나 의뢰할 예정인 학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도교육청 관계자는 "예비소집 미응소 아이들에 대한 관리·대응 지침은 없지만, 선제 대응하자는 취지에서 동사무소와 연계해 해당 아이들의 소재를 파악하라고 학교에 안내한 상태"라고 말했다.
jcpar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