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트위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경장벽 건설계획을 옹호하는 글을 올린 후 이스라엘과 멕시코 양국간 갈등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
31일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29일 트럼프 대통령의 멕시코 장벽 건설을 지지하는 트윗으로 논란이 일자 아리예 데리 내무장관으로부터 "멕시코와의 관계가 위기로 치달을 수 있다"는 이유로 멕시코에 사과하라는 요청을 받았다.
데리 장관은 당시 이스라엘 주간 내각 회동 후 "멕시코에 있는 유대인 공동체 지도자들로부터 매우 우려스러운 의견을 받았다"며 이같이 요청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이를 거부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멕시코는 그 장벽 자체가 아니라 트럼프의 장벽 건설 비용 요구를 놓고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나는 그 비용에 관해 개입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이에 데리 장관이 "트위터에 글을 올리는 방식 등으로 사과하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이마저도 거부했다.
이런 가운데 루이스 비데가라이 멕시코 외교부 장관은 네타냐후 총리의 트위터 글을 "강력히 거부한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비데가라이 장관은 전날 멕시코 민영방송 텔레비사에 출연해 "멕시코는 이스라엘 정부가 논란이 된 장벽에 관한 입장을 재검토하고 네타냐후 총리가 사과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네타냐후 총리의 트윗을 두고는 "완전히 무책임하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현재 멕시코인들이 사용하는 소셜미디어상에서는 유대인을 혐오하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고 멕시코에 거주하는 한 유대인 랍비가 말했다.
유대계 출신의 일부 유력 멕시코 인사들도 자신의 트위터에 네타냐후 총리의 장벽 옹호 발언을 성토하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앞서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28일 자신의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은 옳았다. 이스라엘의 남쪽 국경에 장벽을 세우니 불법 이민자들을 막을 수 있었다. 대단한 성공이고, 굉장한 아이디어"라는 글을 올렸다.
이 트윗이 알려지자 멕시코 외교부는 즉각 성명을 내고 "멕시코 정부는 국경장벽 건설과 관련한 네타냐후 총리의 트윗에 엄청난 놀라움과 거부감, 실망감을 표한다"며 "멕시코는 이스라엘의 친구이다. 총리에게 이런 식으로 취급받아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현재 미국과 멕시코 관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멕시코 장벽건설 계획과 그 건설에 따른 비용 문제로 극도의 갈등으로 치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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