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열릴 미일정상회담 의식 분석…유럽 주요국 정상과는 대조적
(도쿄=연합뉴스) 김정선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슬람권 7개국 국민의 입국을 금지하는 등 반이민정책을 시행하는 것과 관련,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코멘트할 입장이 아니다"는 의견을 반복해서 밝히자 비판이 일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1일 보도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지난달 31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의 관련국 입국금지에 대한 질문을 받고 "미국이 출입국 관리를 어떻게 하는지를 주시하고 있지만 바로 코멘트하는 것은 삼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각국의 입국관리정책은 기본적으로는 내정사항"이라며 "어떻게 할 것인지는 그 나라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30일에는 "미국 정부의 입장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며 "난민이 생기는 상황을 근절하기 위해 세계가 협력해야 한다"라고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아사히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난민들에 대한 국제 구호와 공조를 위한 기본적인 규범에 배치된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한 발언을 소개하면서 "유럽 정상들이 정면으로 맞서는 모습과는 대조적"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아베 총리에게서 트럼프 대통령과 개인적 신뢰관계 구축을 중시하고 이민의 '시비론'에 개입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보인다면서 "다만, 각국 정상들은 명쾌한 의사를 표시도 하고 있어 '침묵'으로 일관하는 총리의 자세에는 의문과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대해 부정적 언급을 피하는 것은 이달 10일 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집권 자민당의 한 간부는 아베 총리가 미국 안팎에서 이는 트럼프 비판론과 선을 긋고 침묵을 지키면서 트럼프에게 친밀한 인상을 주는 것이 상책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불균형 상대국으로 일본을 거론한 데 이어 환율조작국이라고 맹비난하는 등 재차 부정적 발언을 했다.
게다가 미국 대선과정에서 주일미군 주둔경비의 일본 측 증액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오는 4일 미일 국방장관 회담과 10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자국 입장을 설명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상황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양국 국방장관 회담에서 미국이 일본의 부담 증가를 요구할 계획이 없음을 시사하고 있지만, 일본 방위성 관계자는 "일본의 부담이 무겁다는 점을 설명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총리 관저의 한 간부는 "정상회담은 힘든 협상의 시작"이라고 아사히에 말했다.
아베 정권으로선 현시점에서 트럼프를 자극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본이 유럽과는 달리 난민 수용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기는 하지만 야당에선 아베 총리의 자세를 비판하고 있다.
제1야당인 민진당의 오구시 히로시(大串博志) 정조회장은 지난달 31일 미국의 행정명령에 대해 "인권과 자유, 평등, 보편적 가치와 동떨어진 것이 아닌가"라며 "세계의 리더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일본만이 (발언을) 삼가는 것은 이상하다"고 강조했다.
사민당의 마타이치 세이지(又市征治) 간사장도 "(트럼프와의) 전화통화에서도 아무것도 언급하지 않았다"며 "난민 수용에 대해선 좀 더 긍정적으로 될 수 있도록 추궁하겠다"며 향후 국회 심의에서 문제로 거론할 의사를 밝혔다.
j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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