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오페라 한류' 주역 정호윤 "물냉면 같은 가수 되겠다"

입력 2017-02-01 11:03  

[사람들]'오페라 한류' 주역 정호윤 "물냉면 같은 가수 되겠다"

호주 무대 성공 데뷔 "한국인 없이는 공연 불가할 정도로 한류 전성시대"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한국인 가수가 없으면 오페라 공연을 못 할 정도로 전 세계에 부는 '오페라 한류' 바람이 거셉니다."

새해 벽두부터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 무대에 데뷔해 성공적인 공연을 이어가는 테너 정호윤(40)은 '오페라 한류'를 다소 과장했다 싶었는지 "지금은 한국인 오페라 가수 전성시대"라는 보충 설명을 친절히 건넸다.

서울대 음대 성악과를 졸업한 그는 2003년 베를린 음대 석사과정 수료 후 곧바로 오페라 무대에 진출했다. 함부르크국립오페라단의 주연 솔리스트로 발탁된 것을 시작으로 2006년부터 세계 3대 오페라단 중 하나로 꼽히는 오스트리아 빈국립오페라단의 주연 솔리스트로 활동하다 2011년 프리랜서로 독립했다. 이후 베를린국립오페라단, 런던로열오페라하우스, 뉴욕메트로폴리탄오페라, 마드리드레알오페라 등에서 주인공을 맡았다.

오스트리아 빈에 거주하며 유럽 무대에서 주로 활동하는 정 씨는 1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및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미 유럽의 많은 무대에서는 합창단과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한국인이 자리를 꿰차고 있고, 많은 성악가가 솔리스트로 활동하며 무대를 빛내고 있다"며 "오히려 한국인이 일하지 않는 유럽 극장을 찾아보기가 더 힘들 정도"라고 소개했다.

처음 호주를 방문해서도 많은 한인 솔리스트가 초대 또는 전속으로 활동하거나 스텝으로 참여해 훌륭한 무대를 연출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한국인 음악가에 대한 공연 총괄 음악감독의 신뢰와 믿음도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다.

정 씨는 전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테너 이용훈, 강요셉, 박지민 등이 초대 가수로 활약하고 있고, 테너 김창환, 소프라노 권혜승, 엄진희 등이 호주에서 전속 솔리스트로 명성을 높이고 있다고 사례를 들었다.

한국인 성악가가 많이 배출되는 것에 대해 그는 "세계적으로 고령화 추세이지만 오페라를 보려는 관객은 젊어지는 것도 '오페라의 한류'를 일으키는 놀랍고도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1월 5일과 7일 오페라하우스에서 '라보엠'의 테너 주인공 로돌포 역으로 공연했고, 21일 도메인파크에서 열린 갈라 콘서트 '마즈다 오페라 인 더 도메인'에서 로시니, 비제, 푸치니, 베르디 등의 오페라 명곡을 불렀다.

정 씨는 "'라보엠' 공연은 모두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고, 갈라 콘서트에도 3만 명 이상의 관객이 운집해 성황을 이뤘다"고 전했다.

그는 이달 3일부터 3월 4일까지 오페라하우스에서 '라 트라비아타'의 테너 주인공으로 10회 공연을 앞두고 연습 중이다. 이 공연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치도 높다. 오프닝을 포함해 여러 공연이 이미 매진됐기 때문이다.

"시드니는 세계 오페라 음악의 중심과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고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 같아요. 라보엠 공연 연습을 하면서 세밀함과 완벽함을 추구하기 위해 상당히 노력하는 프로의식을 봤죠. 화려한 상업성을 추구하고, 많은 제작비도 아낌없이 투자하는 재정적 지원도 좋은 곳이라 생각했어요."

오페라를 한 차원 높게 끌어올리려는 호주 관계자들의 노력을 접한 그는 자연스럽게 한국의 상황과도 견주었다. 한국 내 오페라가 인기가 없는 이유에 대해 '선입견' 때문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한국에서는 오페라가 재미없을 거라고 많은 분이 선입견을 품고 있어요. 사실 정말 재미있고 아름다운 것이 오페라입니다. 저를 포함한 모든 성악가와 음악인이 프로의식을 가지고 완성도 높고 질 좋은 공연을 위해 무진 애를 쓰거든요."

정 씨는 오페라를 '집밥'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노래를 좋아하는 한국인이지만 오페라에 대해서는 '클래식'하다고 생각해 거리를 두는데, 사실 오페라는 '음정이 있는 연극'으로 대사에 노래가 실려 있어 감정 이입이 쉬우므로 그다지 '클래식'하지 않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그는 "가끔 맛난 외식을 하면 좋으면서도 집밥이 항상 그리운 것처럼 오페라는 오랜 시간 사람들이 즐겨온 장르라는 것이 오히려 더 집밥같이 덜 부담스럽게 즐길 수도 있다"며 "너무 거리감 느끼지 말고 편하게 즐기다 보면 중독될 것"이라고 했다.

호주 공연이 끝나면 3월 7일부터 6월까지 스웨덴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한국을 포함해 독일, 폴란드, 프랑스 등 각국 공연일정도 2019년까지 꽉 짜여 있다. 프로 15년 경력의 세계적인 오페라 가수로 발돋움했다는 증거인 셈이다.

"건강하게 아름다운 목소리로 오래도록 노래하고 싶다"는 그는 순간적으로 혹은 자극적으로 관심을 끄는 가수보다는 담백하게, 잔잔히 듣는이의 마음을 울려 계속 생각나게 하는 '물냉면' 같은 오페라 가수가 되는 게 꿈이다.

그는 '오페라 한류'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전 세계 재외동포가 한국인 성악가가 출연하는 공연을 자주 찾아가 보는 것이라며 지속적인 관심을 당부했다.


ghw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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