潘 새누리당·바른정당 잇달아 방문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배영경 기자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오전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등 범여권 정당을 잇달아 방문했다.
반 전 총장 측은 여야 정당을 인사차 방문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반 전 총장이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제안한 '개헌협의체' 구상을 설파하고 동의를 구하는 행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됐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과 정우택 원내대표를 만났다.
반 전 총장은 "개헌에 드라이브를 걸자는 측면에서 (개헌협의체를) 제안했다"며 "새누리당에서도 그에 기여해주면 감사하겠다"고 언급한 뒤 새누리당 소속인 이주영 국회 개헌특위 위원장도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반 전 총장은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전 대표를 겨냥해 "일부 당에서는 개헌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며 "일부 어떤 당이나 대표가 그런 데 대해 동의하지 않으면 동의하는 정당이나 정파끼리라도 모이자"고 했다.
인 위원장도 반 전 총장의 개헌론에 맞장구를 쳤다.
그는 "(개헌은) 새누리당이 벌써 주장했던 내용이고, 총장님이 관훈토론에서 (개헌론을) 말한 것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전적으로 동의한다. 개헌이란 결국 4·13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을 법제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당은 확실하게 협치, 분권, 개헌해야 한다는 입장이 있다"고 강조했다.
양측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덕담을 나눴으나 '뼈'있는 말도 오갔다.
인 위원장은 반 전 총장이 '친박(친박근혜)·친문(친문재인) 패권주의' 청산을 기치로 내건 데 대해 "정치를 잘 꿰뚫어보신다"고 추켜세우면서도 "우리 당은 이제 친박이 아니고, 패권도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인 위원장은 "사람들이 저를 두고 보수주의자라고 했다가, 진보주의라고 했다가, 중도보수라고 했다. 그러다 최근에는 '낙상주의'로 바꿨다"며 "나이가 들어 미끄러져 낙상하면 큰일이다. 특히 겨울엔 미끄러워서 여기저기 다니면 낙상하기 쉬워 집에 가만히 있는 게 좋다"는 농담을 던졌다.
듣기에 따라 반 전 총장이 보수도 진보도 아닌 모호한 입장을 취하면서 여야 인사들을 만나 '제3지대'를 추구하는 것을 두고 '낙상'과 비슷한 '낙마'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인 위원장이 지적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이에 반 전 총장은 "허허" 웃으며 "알겠습니다"라고 받아넘겼다.
zhe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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