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2012년 7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과학자들이 '힉스 입자'(Higgs bosson)로 추정되는 소립자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세계는 우주 탄생 비밀에 한 발짝 다가가게 됐다며 환호했다.
힉스 입자는 우주 탄생의 원리를 설명하기 위한 가설 중 가장 유력한 표준 모형(Standard Model)에서 없어서는 안 될 소립자다. 우주가 막 탄생했을 때 몇몇 소립자들에 질량을 부여한 존재로, 힉스 입자를 설명할 때는 '신의 입자'라는 별칭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힉스 입자에 처음으로 '신의 입자'라는 이름을 붙여줬던 책인 '신의 입자'가 국내에서 번역, 출간됐다.
미국의 실험물리학자 리언 레더먼은 과학저널리스트 딕 테레시와 함께 입자물리학의 역사와 힉스 입자에 대한 책을 쓰면서 원래 '빌어먹을 입자'(Goddamn Particle)라는 표현을 생각했다.
하지만 편집자가 언어순화를 위해 'damn'을 빼면서 '신의 입자'(God Particle)가 됐다는 일화가 소개돼 있다.
레더먼은 이후 인터뷰에서 "'신의 입자'라는 제목은 출판사에서 결정한 것"이었다고 소개하며 "책에서의 신은 종교적인 신을 말하는 게 아니라 철학적인 신에 가깝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원서는 피터 힉스가 1964년 힉스 입자 존재에 대한 가설을 세운 뒤 29년 뒤인 1993년 출간됐다. 한국어판은 2006년 발간된 개정판을 번역했다.
개정판 역시 CERN에서 힉스 입자가 증명되기 전에 발간됐다.
당시 미국 페르미 연구소가 힉스 입자를 발견할 초전도초충돌기(SSC)를 개발하려다 포기했던 상황이라 힉스입자 발견 전망이 어두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책은 미래에 힉스입자가 발견될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지 않았고 기대는 예언처럼 6년 후 실현됐다.
저자 레더먼은 1988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2015년에는 노벨상 메달을 경매에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던 인물이다.
카이스트에서 이론 물리학으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고 30년 가까이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박병철씨가 번역했다.
옮긴이는 "이 책의 초판은 힉스 입자는커녕, 꼭대기 쿼크가 발견되기도 전인 1993년 출간됐으니 고색창연한 구간(舊刊)에 속한다. 그러나 지난 20년사이 표준모형은 꼭대기 쿼크와 힉스입자를 발견한 것 외에 이론상으로는 큰 변화가 없었으므로 거의 신간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휴머니스트 펴냄. 736쪽.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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