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구, 올해 말까지 조성 예정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1970년대 부산 사상구 감전동에는 유달리 포플러 나무가 우거진 마을이 있었다.
무질서하게, 빽빽하게 공장이 들어선 부산 사상공단과 사상터미널 사이에 자리 잡은 이 마을은 낮에는 철제 셔터가 내려진 황폐한 모습이지만 밤에는 화려한 홍등이 거리를 장식하는 곳이었다.
밤이 되면 마을은 공단 노동자들로 북적였다.
노동자들에게 술과 성을 파는 불법 퇴폐업소가 많을 때는 100곳 넘게 문을 열기도 했다.
사람들은 이곳을 집창촌이라 속되게 부르는 대신 포플러 나무가 많다며 '포프로마치'라고 불렀다.
이곳은 1990년대 들면서 낙후하기 시작했다.
주력 산업이 변하면서 공단 규모가 줄었고, 2000년대 성매매 방지 특별법이 시행되자 빈 점포가 생기기 시작했다.
2008년에는 주택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면서 지역의 대표 슬럼가로 남게 됐다.
부산 사상구청은 홍등가였던 이곳 일대를 7080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재창조하기 위해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한다고 1일 밝혔다.
구는 2층짜리 성매매업소 건물을 사들여 복고양식으로 리모델링한 뒤 지역민과 방문객이 이용할 수 있는 '포푸라 다방'을 만든다.
1970년대 분위기의 간판과 내부인테리어로 꾸며진 이곳에서는 7080음악이 온종일 흘러나오고 DJ가 손님들을 맞이할 예정이다.
퇴폐업소가 몰려있던 길이 110m 거리는 홍등으로 옛 분위기를 살리면서도 복고 느낌의 사진과 장식물을 이용해 '포프라거리'를 조성한다.
또 인근의 90m 골목에는 옛 간판을 단 상점들과 포장마차 점포를 1주일에 한 번 운영하며 먹거리 특화 거리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구는 32억원을 투입해 올해 말까지 사업을 완료한다.
구의 한 관계자는 "1970∼80년대 건물이 거의 그대로 남아있어 옛날의 어두웠던 부분은 빼고 분위기만 살려 도시재생을 하기로 했다"면서 "남아있는 주민들의 생활이 편하도록 공용주차장 조성이나 환경정비 사업도 함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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