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연합뉴스) 최종호 기자 = 1일 수원지법 208호 법정에서 열린 A씨에 대한 병역법 위반 재판에서 이 법원 형사1단독 고일광 판사가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한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고 판사는 A씨와 같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형사처벌이 적절한지를 두고 찬반논쟁이 뜨거운 상황에서 유죄 판결하기까지 자신이 치른 고뇌를 드러냈다.
고 판사는 판결에 앞서 "종교적 신념에 의한 입영거부가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라는 피고인 주장이 충분히 존중받아야 한다는 데 개인적으로 동의하지만, 법을 집행하는 판사로서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상위 사법기관인 헌재가 2004년과 2011년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병역법 조항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합헌 결정을 내린 만큼 판사는 다소 의견이 다르더라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고 판사는 헌재의 이러한 판단에 대해 "여러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판단"이라면서도 "대체 복무제 도입이 바람직하다"고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그는 "피고인이 향후에도 병역을 이행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워 군 복무 기간에 해당하는 실형을 선고한다"며 "이러한 판단을 양해해달라"고도 했다.
이날 A씨는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법원 판단은 엇갈리고 있다.
광주지법 형사항소3부(부장판사 김영식)는 지난해 10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3명에게 항소심에서는 처음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1심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가 병역법에서 말하는 '정당한 사유에 의한 벙역거부'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재판부마다 해석을 달리해 유·무죄 판결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항상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왔다.
그러나 첫 항소심 무죄 판결이 나온 지 보름 만인 지난해 11월 수원지법 형사항소4부(부장판사 심재남)가 같은 혐의로 기소된 2명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리는 등 엇갈린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헌재는 지난 2015년 양심적 병역거부로 실형을 선고받은 3명이 헌법소원을 제기함에 따라 이 사안에 대한 3번째 위헌 심판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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