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日 시장조작" "獨 환율조작으로 美 착취" vs 日·獨 강력 반발
한 달 새 달러가치 2.6% 추락…엔화·유로화 강세로 돌아서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신임 행정부가 일본, 중국, 독일 등 전 세계 주요국의 통화가치 절하를 맹비난하면서 글로벌 환율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인 발언에 달러가치는 석 달 만에 최저로 떨어졌고 엔화와 유로화는 강세로 돌아서는 등 외환시장이 혼란에 잠겼다.
◇ 트럼프, 中·日·獨 통화가치에 딴지…각국 "전혀 맞지 않는 주장" 반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돌연 중국과 일본, 독일의 통화가치가 지나치게 낮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제약회사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던 중 "중국이 무슨 짓을 하는지, 일본이 수년간 무슨 짓을 해왔는지 보라"며 "이들 국가는 시장을 조작했고 우리는 얼간이처럼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독일이 유로화 가치를 큰 폭으로 절하해 미국과 유럽연합(EU) 회원국을 착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과 독일 정부는 뜻밖의 공격에 즉각 반발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1일 "외환시장에서 결정돼야 한다는 것, 통화의 경쟁적 절하를 피하는 것, 환율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 환율에 관한 원칙이라며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주요 7개국, 주요 20개국 합의에 따라 정책을 추진해왔다"고 밝혔다.
스가 장관은 일본이 환율을 조작해 엔화 가치 절하를 유도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에 대해 "전혀 맞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그런 비판은 맞지 않다"며 "필요하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독일이 유로화 가치 결정에 개입할 수 없다며 독일은 항상 "독립적인 유럽중앙은행(ECB)을 지지해왔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주요 교역국인 중국, 일본, 독일의 통화가치를 걸고넘어지면서 달러가치를 낮추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팀 컨던 ING 애널리스트는 "우리는 미국이 통화 절하 게임을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ANZ 애널리스트도 "미국 정부가 달러가치에 대한 관심을 집중시키려 한다는 의구심이 있다"며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아젠다를 실현하려면 달러가치가 경쟁력을 가지는 것이 주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달러가치 한 달 새 2.6% 추락해…30년 만에 '최악의 1월'
트럼프의 발언 영향으로 달러가치는 추락하고 엔화, 유로화, 원화 등의 가치를 올랐다.
6개 주요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환산한 달러지수(DXY)는 1일 오전 1시(이하 한국시간) 99.430까지 떨어졌다.
장중 기준으로 지난해 12월 8일 이후로 약 두 달 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냈고, 종가 기준으로는 지난해 11월 11일 이후 가장 낮았다.
1일 오후 4시 21분 현재는 소폭 올랐지만, 여전히 100선 아래인 99.759에 거래되고 있다.
또 ICE 달러지수(USDX)는 미국 현지시간 기준으로 1월 한 달간 2.6% 추락해 1987년 이후 30년 만에 최악의 1월을 기록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했다.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이날 오전 0시 4분에 달러당 112.08엔까지 떨어지며 지난해 11월 30일 이후로 약 두 달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엔화 환율은 이날 오후 들어 다시 회복하며 달러당 113.96엔까지 올랐다.
유로화 대비 달러 환율은 오전 1시 2분 유로당 1.0812달러까지 치솟아 지난해 12월 8일 이후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12원 급락한 채 개장했다가 4.0원 내린 1,158.1원으로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10일 이후 가장 낮았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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