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쇠고기 자급률 13년만에 40% 붕괴…외국산이 국산 압도

입력 2017-02-02 06:15   수정 2017-02-02 06:22

[단독] 쇠고기 자급률 13년만에 40% 붕괴…외국산이 국산 압도

자급률 38%로 하락…경기침체, 청탁금지법 등에 한우농가 위기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고급육 소비 감소와 수입산 쇠고기 증가로 한우 농가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더욱이 청탁금지법의 영향으로 한우고기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한우 농가가 줄도산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적지 않다.


◇ 수입산이 점령…경기침체·청탁금지법에 한우 소비 '뚝'

2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한육우 및 돼지 부문 수급 동향과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쇠고기 자급률 추정치는 37.7%다.

자급률은 우리나라의 쇠고기 총 소비량 가운데 국산 소비량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쇠고기 자급률 40% 붕괴는 2003년(36.3%)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쇠고기 수입량이 꾸준히 늘어날 경우 국산 쇠고기 자급률은 지속해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2017년 이후 자급률이 36~39%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해 쇠고기 수입량은 전년 대비 21% 증가한 36만2천t이다. 쇠고기 수입이 전면 자유화된 2001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한때 '광우병 논란'으로 수입이 전면 금지됐던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이 두드러졌다.

우리나라 1인당 연간 쇠고기 소비량이 지난해 11.5㎏(추정치)으로 전년(10.5㎏)보다 증가한 것도 저렴한 수입고기 공급량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농촌경제연구원은 설명했다.

반면, 한우는 지난해 가격이 치솟으면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가격 상승은 공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발효 시점인 2012년을 기점으로 가격 폭락을 우려한 농가들이 사육 마릿수를 대폭 줄이고 정부가 암소 감축에 나서면서 한우 공급량이 빠른 속도로 감소했다.

송아지 생산에서 한우 고기로 출하하기까지 3년 가까이 걸리므로 사육 마릿수 감소의 여파는 2015년 말부터 가시화됐다. 지난해 한우 가격은 고공 행진을 했으며. ㎏당 평균 도매가격이 2만 원대에 육박한 적도 있다.

작년 9월말 청탁금지법이 시행되면서 도매가가 하락하기는 했으나, 이 법 시행으로 한우를 선물로 주고받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한우농가는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 변해야 산다…"품질 다양화·마블링 위주 등급제도 개선해야"

국내 쇠고기 시장이 수입산에 잠식당하지 않으려면 '품질의 고급화'에만 주력했던 그동안의 산업 방향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값비싼 한우고기를 먹기 위해 지갑을 열 소비자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황명철 농협경제지주 축산지원부 팀장은 "우리나라는 한우 품질의 고급화를 위해 '혈통'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서 소 품종도 한우와 육우 등으로 국한돼 있다"며 "이제는 품질만을 앞세워 승부하는 전략은 한계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황 팀장은 "한우 사육 특성상 갑자기 산업 방향을 틀기가 쉽지 않겠지만 수입고기와의 가격 경쟁에서 살아남고 소비자들의 선택 폭도 넓어지도록 국산 쇠고기 시장의 다양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보다 10년 앞서 쇠고기 수입 시장을 개방한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와규'로 불리는 토종 소인 화우(和牛)가 잘 알려졌지만, 일본 현지 쇠고기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은 젖소와 화우 교잡종 고기다.

같은 연장 선상에서 20년 넘게 유지된 '마블링' 위주의 쇠고기 등급제도도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 소고기의 등급은 육질과 육량 등급으로 구분되고 있는데, 이 중 육질은 마블링이라 불리는 근내지방도 위주로 평가되고 있다.

'마블링이 좋다'는 것은 고기 부위의 지방 함량이 높다는 의미다.

그러다 보니 농가들은 소를 더 살찌우기 위해 사료를 더 많이 먹이고, 이로 인해 생산비도 치솟는다.

이병오 강원대 농업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안심, 등심, 채끝, 목심 등 일부 부위의 마블링을 더 좋게 하려고 농가에서 평균보다 4~5개월 더 사료를 먹여 살을 찌운다"며 "이렇게 되면 사료 비용이 많이 들고, 갈비나 피하지방 등에까지 기름이 껴서 먹지 못하고 버려야 하는 이중 낭비를 겪게 된다"고 지적했다.

최근 들어서는 기름진 부위보다 마블링이 없는 고기를 선호하는 등 소비자 입맛도 다양해진 만큼 농가들이 마블링에만 집착하도록 유도하는 등급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 교수는 "비육 기간을 조금만 줄이면 사료를 덜 먹으니 생산비가 낮아질 수 있다"면서 "마블링은 좋지 않더라도 다른 기준을 등급 판정에 추가해 '환경 친화형', '안전식품', '로컬 푸드' 등의 브랜드를 내세우면 수입육과도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hi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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