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보스 섬서 난민 3명, 일산화탄소 중독 사망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적정 인원을 훨씬 넘어선 난민을 수용한 탓에 생활 환경이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는 그리스 레스보스 섬 난민촌에서 사망자가 연속으로 나오자 그리스 정부가 마지못해 난민 이송에 착수했다.
31일 그리스 관영 ANA통신에 따르면 그리스 정부는 레스보스 섬 모리아 난민촌의 난민 150명을 인근 항구에 정박 중인 해군 함정과 상황이 좀 더 나은 레스보스 섬 내 다른 난민캠프로 이관했다.
야니스 무잘라스 그리스 이민장관은 난민 이송 외에도 난방이 되는 텐트를 모리아 난민촌에 추가로 설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스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지난 엿새 동안 모리아 난민촌의 난민 3명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추정되는 사인으로 사망하고, 다른 1명이 입원한 데 따른 것이다. 희생자들은 시리아, 파키스탄, 이집트 출신인 것으로 전해졌다.
3천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모리아 난민촌에 체류하는 난민 수가 현재 5천명까지 치솟은 가운데, 제대로 된 난방이나 취사 시설이 없는 탓에 대부분 난민이 조악한 난방·취사 장치에 의존하고 있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 사망 사고에 앞서 작년 11월에도 쿠르드계 이라크 할머니와 6살 난 손자가 취사용 가스 폭발로 목숨을 잃고, 이들의 가족 2명이 심한 화상을 입었다.
한편, 작년 3월 유럽연합(EU)과 터키가 체결한 난민 송환 협정 이후 헝가리와 세르비아 등 발칸 반도 다른 국가들이 난민 유입을 우려해 국경을 차단함에 따라 그리스에는 약 6만 명의 난민이 발이 묶여 있다.
국제 인권단체는 레스보스 등 그리스 섬에 위치한 난민캠프들이 대부분 수용 한계를 크게 넘어서 난민들의 건강과 안전이 심각히 위협받고 있다며 섬에 체류하는 난민 상당수를 아테네 등 육지로 옮길 것을 촉구해왔다.
그리스 정부는 그러나 이런 움직임이 EU와 터키의 송환 협정에 타격을 줄 가능성을 우려하며 이를 거부하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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